뮤지컬 '제이미'서 주인공 엄마 마거릿 역…경력 20년 넘은 베테랑

'제이미'는 드랙퀸(여장 남성)이 되고 싶어하는 17세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

제이미는 다소 특이한 아이로 자라지만, 엄마 마거릿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자존감을 높여간다.

마거릿 역할을 맡은 김선영(46)도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멋지고 쿨한 마거릿처럼 될 수 있다고 장담하진 못하겠다"며 "제이미에 출연하면서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니까 바라봐주고 지지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김선영 "이제 남자 역할만 해보면 될 것 같아요"
극 중 마거릿은 스물한 살에 남자를 만나 제이미를 가졌지만, 아이를 외면하고 다른 여자와 재혼한 남편을 대신해 엄마와 아빠 역할을 한다.

남다른 아이의 성향을 보면서도 묵묵히 아들을 응원해 준다.

가난하고 외롭지만, 아들이 있어 삶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삶의 토대가 단번에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제이미의 가출로 마거릿은 절망에 휩싸인다.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김선영은 담담하게 '히 이즈 마이 보이'(He's my boy)를 부른다.

자식에게 모든 정을 쏟았기에 이제는 화를 낼 마음조차 남아있지 않은 어머니의 심정이 절절히 묻어난 절창(絶唱)이다.

"기술적으로는 그렇게 어려운 노래가 아니에요.

'보디가드'에 비하면 사실 무척 쉽죠. 그런데 왜 이렇게 부르는 게 어려울까 생각해봤어요.

사랑하는 이성에게 부르는 노래는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들을 향해 부르는 노래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
배우 김선영 "이제 남자 역할만 해보면 될 것 같아요"
겸손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는 이미 20년이 넘는 관록을 가진 뮤지컬 배우다.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신인상을 받으며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줄곧 양지만 걸었다.

'에비타' '미스 사이공'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엘리자벳' '영웅' '위키드' '잃어버린 얼굴 1895' 등 주요 뮤지컬에서 주로 선이 굵고 개성 강한 역할을 맡았다.

상복도 많아 2007년 더 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과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2012년에는 더 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올해의 배우상(여자부문)을, 올해는 한국뮤지컬어워드에서 '호프'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시원한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 팬들은 그에게 '여왕'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김선영은 "안 해본 역할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제 남자 역할만 해보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제 나이에 여기까지 오는 여정이 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에요.

아직도 일정한 역할을 뮤지컬에서 할 수 있으니까요.

열심히도 했지만, 그동안 운도 좋았어요.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든 건 몇 년 전부터예요.

요즘에는 후배든, 누구든 섬기는 자세로 일하려고 합니다.

나이를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