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신입생을 해마다 400명씩, 총 4000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하면서 대학입시에서도 이과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학대학까지 2022학년도부터 학부 신입생 1600여 명을 뽑을 예정이어서 의·약학 계열 대학이 상위권 학생들을 독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23일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오는 12월 의대 정원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 5월 입시 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연내 ‘지역의사제도’를 확정하면, 교육부가 이를 근거로 지역 의대들의 정원 확충 신청을 받아 심사 및 허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06년부터 의대 정원이 동결돼 지역별·분야별 의사 수 불균형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며 “정책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대학 정원을 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입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의대와 약대가 상위권 학생을 독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학년도 대학입시부터 35개 약학대학이 6년제 신입생 1600여 명을 신규 모집하는 게 이미 확정된 데다 의대 정원까지 추가로 400명 늘어나기 때문이다.

입시업체들은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36개 의대의 평균 모집인원이 78명인 점을 고려하면 400명은 의대 5개를 신설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 의대 입시 문이 대폭 넓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400명은 현재 의대 모집인원(3058명)의 13.4% 수준이어서 입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며 “이과 선호 현상과 함께 입학 지망 후순위에 들어가는 공학대학, 자연대학들이 우수한 신입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정원이 지방 대학 중심으로 늘어나더라도 학생들의 의대 선호 현상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수도권 대학 일부 학과의 모집 정원이 미달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입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의학계열은 수시·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사례가 많다. 2021학년도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거나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등 수능 성적을 반영해 뽑는 인원은 38개 의대 모집인원의 86.8%(2583명)에 달한다. 정시 선발 비중은 37.9%(1128명)다.

교육계에서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이 도입되면 지방 의대의 경우 수시전형의 중요성도 이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인재를 위주로 뽑는 만큼 해당 전형이 수시전형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육계 관측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