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미쓰비시·스미세키, 궐석재판 예고되자 뒤늦게 변호인 선임
15개월 만에 열린 일제 강제노역 소송 "시간 끌기 안 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추가 민사 재판이 15개월 만에 열렸다.

피고 미쓰비시중공업과 스미세키 홀딩스(전 스미토모 석탄광업)는 소송 서류 송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4차례 연속 재판에 불참했으나 재판부가 궐석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3일 광주지법 203호 법정에서 민사14부(이기리 부장판사) 심리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12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미쓰비시 측 법률대리인인 김용출 변호사가 출석했다.

스미세키 측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사들은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9월 10일로 재판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소송이 제기된 이후 국제송달로 소송 서류를 보냈으나 일본 기업에 전달됐는지 확인되지 않자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궐석재판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시송달은 피고의 소재지를 알 수 없을 때 관보 등에 소송 서류를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궐석재판을 하면 원고가 제출한 근거 자료를 입증해 재판부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이렇게 되면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피고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원고 측 대리인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전범 기업들이 궐석재판 직전에서야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론 준비를 이유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것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인 김정희 변호사는 "소송 당사자들이 모두 고인이 됐고 유족들이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기록으로 피해를 증명하고 피해자들의 한을 풀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미쓰비시 측이 보유한 후생 연금 기록을 제출하도록 문서 제출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하고 국가기록원에 있는 피징용자 명부에 대한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미쓰비시 측 김용출 변호사는 불법행위의 증거가 없고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도 소멸했으며 청구권 소멸 시효도 지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미쓰비시 측을 상대로 한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 12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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