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사모임 학생동원' 서울공연예고, 재심서 예고 지위 유지

2년 후 재평가…지정 취소 자사고·국제중과 형평성 논란 일 듯

교장이 학생들을 사모임에 동원하는 등 물의를 빚어 예고 지정 취소 위기에 놓였던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가 재심 끝에 당분간 특수목적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서울공연예고의 예고 지정을 즉시 취소하는 대신 2년 후 재평가를 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아이돌 사관학교'로도 불리는 서울공연예고는 학교 운영상의 문제뿐 아니라 부적절한 외부 행사에 학생을 동원하는 등 반복적으로 감사 처분을 받은 점 때문에 교육청이 예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지난 13일 청문에서 서울공연예고가 특목고 지정 목적 달성을 위한 개선 노력을 강력하게 표명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가 된 학생들의 외부행사 동원과 관련해 서울공연예고는 '대외행사운영위원회'를 꾸려 교육적 목적과 적합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를 일으킨 일부 법인 이사와 학교 사무직원이 사임하는 등 경영진도 교체하기로 했다.

학교 환경 개선 목적으로 약 9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와 장학금 등 교육 지원 예산도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청문 내용과 운영위 의견 등을 검토한 결과 학교에 정상화 추진 기회를 주고 예고 진학을 위해 준비하는 수험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2년 후 재평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가 학교의 문제점 개선 의지, 교육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의견을 냈고, 교육청이 최종 판단을 했다"며 "(운영회에서) 논의된 것이 타당성이 있고 충분히 고려할만한 사안이라고 교육감이 판단하면 (지정 취소 유예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청이 잇달아 국제중과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하면서 유독 서울공연예고만 지정 취소를 번복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달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공연예고는 (특목고) 지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정 취소 절차를 신중히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학교 운영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외부 행사에 학생을 동원하는 등 반복적인 감사 처분을 받은 것이 지정 취소의 주요 이유가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활동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최종적인 국제중 취소 통보를 받았고, 휘문고는 전국에서 처음 회계 비리를 이유로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금껏 일부 학교가 평가 2년 유예 결정을 받은 적은 있지만 '재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는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떤 한 부분 때문에 재평가 결정이 나온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전반적으로 개선 방안을 제출했고 운영위가 이를 평가한 것"이라며 "다만, 운영위의 결정이 만장일치였는지 등 논의 과정은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