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향적 검토해야"…김종인 "당 공식 견해 아냐"
충청권 의견 분분…"공론화해야" "혼란만 가중"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여권발 행정수도 이전론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충청 표심을 등에 업고 승리를 거머쥔 기억은 통합당의 입장에서 뼈아픈 트라우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행정수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안아 개헌 문제 등으로 전선을 확장해 논의를 치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똑같은 프레임에 다시 휘말리느니 공세적으로 여권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서도 커지는 행정수도 이전론…지도부는 선긋기(종합)
대권 잠룡 중 한명으로 차기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2일 당내 한 공부 모임에서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행정수도 이전 논의 참여를 주장했다.

당내 최다선 의원 중 한 명이자 충남이 지역구인 정진석 의원은 헌법 개정을 전제로 행정수도 이전 공론화에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정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에서 개헌을 포함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찬성한다"며 "국회의사당 이전은 헌법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장제원 의원은 당이 행정수도 완성론을 반대로 일관하지 말고 지역균형 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로 확대해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지역균형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내며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라며 청와대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통합당서도 커지는 행정수도 이전론…지도부는 선긋기(종합)
다만 통합당 지도부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 자체를 부동산 문제 등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뽑아 든 국면전환용 카드로 보고 논의 확산에 선을 그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내 수도 이전 찬성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얘기하는 것일 뿐 당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준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청와대 광화문 이전 약속도 못 지키면서 웬 수도 이전이냐"면서 "문 정권 특기인 '아니면 말고'식 여론몰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충청 민심 등을 감안해 가능성을 아예 닫지는 않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도 이틀전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던 것보다는 유보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당서도 커지는 행정수도 이전론…지도부는 선긋기(종합)
내부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우세하다.

심재철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꺼낸 수도이전론은 국면전환용을 비롯해 미래통합당 분열촉진용 등 다목적"이라면서 "암수에 걸려들어서는 안된다"고 글을 올렸다.

충청권 의원들 의견도 엇갈린다.

충남 홍성예산이 지역구인 홍문표 의원은 "위헌이라고 한 일을 다시 꺼내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충남 아산갑 이명수 의원도 "물리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얘기를 꺼내서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