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민투표 개입여부 조사에도 '실패' 판정
허위정보·불법자금·정계인사 포섭 등 난무
"개입설 자체에 무관심…아무도 민주주의 보호 않아"

영국 정부와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영국 내정 개입을 사실상 방관했다고 영국 의회가 지적했다.

러시아의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개입 의혹에 대한 영국 정보당국의 조사도 실패로 끝났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영국의회 "영국 정부·정보당국, 러시아 내정개입 방관" 결론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정보안전위원회가 뒤늦게 공개한 50페이지 규모의 러시아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영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하고 정치를 부패시키는 지속적이고 정교한 캠페인을 확대해왔지만, 영국 정부는 못 본 척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영국 선거에 간섭하고 허위정보를 흘리는가 하면, 불법 자금을 이동시키고, 상원의원을 고용하는 등 사법부나 정보당국의 큰 제재 없이 정치인을 끌어들이고, 기관을 좀먹었다고 NYT는 보고서를 인용해 지적했다.

저자들은 보고서에서 "아무도 영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보고서는 영국 정부와 정보당국이 영국의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러시아가 개입하려고 시도했는지 적절한 조사를 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행 연구 결과를 보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러시아 국영방송 RT(러시아투데이)나 스푸트니크TV 등에는 브렉시트에 찬성하고,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보도가 우세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위터에서 봇과 트롤(소셜미디어에서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하는 계정 또는 메시지) 활용도 러시아가 브렉시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시도의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케반 존스 의회 정보안전위원회 소속 노동당 의원은 NYT에 "개입이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아무도 개입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게 격분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러시아 보고서는 영국 정보당국을 관할하는 의회 정보안전위원회의 조사가 끝난 지 거의 18개월 만에 공개됐다.

보고서 공개가 미뤄진 사이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지난 12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보수당은 365석을 얻어 야당 모든 의석을 합한 것보다 80석이 많은 압도적 다수당이 됐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저돌적으로 강대국의 지위를 재탈환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