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국가산업단지 전경.  창원시 제공
창원국가산업단지 전경. 창원시 제공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산업용지를 분할하거나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등을 지어 소규모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창원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창원시의회(경제복지여성위원회)는 ‘창원산단 내 지식산업센터 건립과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 개정 조례안은 창원산단 내 산업용지 면적이 1만㎡ 이상일 땐 지식산업센터를 짓지 못하게 한 기존 내용을 삭제했다. 시의원 39명이 개정에 동참했다. 시의회는 23일 본회의를 열어 해당 조례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입주하는 다층 건물을 가리킨다. 기존 조례안은 산업용지 면적이 1만㎡ 이상, 연접한 산업용지 합산 면적이 1만㎡ 이상일 땐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산업용지 면적이 1만㎡ 이상인 필지를 분할한 이후에도 5년 이내엔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관리 기관은 지식산업센터 설립 승인 전 건축 인허가에 관해 시장과 협의해야 한다. 또 시장의 수정·보완 등 의견을 받으면 지식산업센터 설립자에게 통보하고 설립자는 반드시 그 의견을 이행해야 한다.

창원시가 이 같은 조례를 제정한 것은 2015년으로, 대기업·중견기업 중심인 창원산단에서 땅을 쪼개 파는 관행이 성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5년 만에 이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지식산업센터 건립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시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하는 데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주철우 창원시의원은 “해당 조례는 상위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당연히 무효”라며 “이 조례로 인해 기업들로부터 피소될 수 있고, 소송에서 패하면 소송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몇 년 전 창원산단 내 베어링제조업체인 KBR은 분할 매각을 추진하다 이를 막은 창원시와 소송을 벌였다. 시는 패소해 600여만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지역 노동계는 창원산단의 투기 조장을 우려하며 조례안 개정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와 금속노조 경남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개정으로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면 대기업이 땅을 팔고 떠나면서 창원산단은 중소기업 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며 “창원을 땅투기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경남도당도 논평을 통해 “창원산단은 2004년 통일중공업 사례, 2006년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 이전, 2007년 S&T모터스 분할 매각 등 필지 분할로 산업용지 부동산 투기를 수차례 봐왔다”며 “필지 분할과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개정안 발의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