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할 ‘합동조사단’ 구성이 벽에 부닥쳤다. 서울시는 전원 외부 인사로 조사단을 구성키로 했지만 여성단체 측은 “서울시가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없다”며 조사단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에 합동조사단에 참여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전날까지 조사단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세 차례 보내고, 단체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대답을 받지 못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앞서 여성권익 전문가 3명과 인권 전문가 3명, 법률 전문가 3명 등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꾸려 박 시장 관련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중 여성권익 전문가는 여성단체의 추천을 받아 선임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성단체 측에서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는 서울시 요청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조사단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여성단체는 서울시가 이번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의지가 없고, 수사권이 없는 합동조사단으로는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단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없고,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이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며 본격적인 경찰 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 등에 조사단 참여를 계속해서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