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한국창업교육협의회장 "창업교육, 산학협력 통한 기업현장 경험이 핵심이죠"
“요즘 창업을 가르치지 않는 대학이 없을 정도로 창업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교육이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인지는 아무도 검증하지 않습니다. ‘깜깜이’ 교육인 셈이죠.”

지난 2일 한국창업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이동희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61·사진)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창업이 아니라 양질의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학교마다 제각각인 창업교육의 질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창업교육협의회는 각 대학에 설치된 창업교육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협의체다. 창업교육을 활성화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2015년 출범한 이 단체는 67개 대학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협의회의 4대 회장으로, 임기 2년 동안 대학마다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던 창업교육의 질을 상향 평준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 회장은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위해 정부와 협력해 창업교육 인증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대학의 창업교육을 정량화된 지표로 평가해 교육이 부실한 대학은 확실히 낙인찍겠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학교의 창업교육 역량을 알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또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창업교육 역량 차이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창업교육은 산학협력이 필수적인데, 지방으로 갈수록 산학협력 여건이 어려운 대학이 많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의 창업교육 프로그램 교류를 활성화해 지방의 창업교육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삼성SDI와 삼성SDS에서 26년간 근무한 삼성맨이다. 2009년 퇴직해 국민대 교수로 부임한 2015년 전까지는 펜타크리드라는 삼성SDS 협력사에서 부사장 및 대표로 일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경험한 이력은 대학에서도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의 꾸준한 성장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벤처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스템의 부재”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은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이라도 잘못된 판단이라면 지적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며 “벤처기업은 CEO의 개인적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여서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해본 이 회장은 “중소·중견기업 직원이 대기업의 업무 현장에서 직접 일해보는 ‘교류’가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창업교육에서도 이 같은 선진 시스템을 익힐 기회를 학생에게 미리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