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시작된 면회 달랑 10분, 그나마 거동 못 하면 병실서 눈물
병원 측 "방역상 어쩔수 없어…중환자는 영상통화로 만남 주선"

"조금 더 편하게 모시려고 선택한 요양병원이 '요양감옥'이 됐네요.

답답한 공간에서 가족방문만 기다리고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아들딸 오기만 기다릴 텐데"…애간장 타는 요양병원 이산가족
17일 연합뉴스 취재진을 만난 회사원 김모(55·청주시 상당구)씨의 목소리에는 애절함이 묻어났다.

그의 83세 된 어머니는 고향인 충북 옥천의 한 요양병원에 3년째 입원 중이다.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가 한달여 만에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지만, 사지마비라는 청천벽력같은 후유증을 안고 집중치료실에서 힘겨운 여생을 보내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김씨는 매주 1차례 어머니를 찾아뵙고 안부를 살폈다.

비록 몸을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의식이 또렷한 어머니도 그를 비롯한 가족들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병원은 방역을 위해 문을 걸어 잠갔고, 어머니와의 생이별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별의 시간은 벌써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매달 한 번씩 넣어주는 기저귀 등 위생용품도 병원 관리실에 맡겨 전달하고 있다.

김씨는 "방역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가족 방문만 학수고대하실 어머니를 6개월째 못 보게 하는 것도 문제"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만큼 현대판 이산의 아픔을 달래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아들딸 오기만 기다릴 텐데"…애간장 타는 요양병원 이산가족
정부는 이달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과 가족의 만남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병원마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뒤 사전 예약을 거쳐 '비접촉' 면회를 허용한 것이다.

이 지침에 따라 충북지역 요양병원 42곳 중 35곳이 '제한적 면회'를 시작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영동군과 옥천군의 요양병원 6곳은 제외됐다.

취재진이 확인한 청주 A요양병원은 지하 1층 출입구에서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인터폰을 이용한 면회가 이뤄졌다.

면회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가능한데, 시간은 1회 10분으로 제한된다.

200명 넘는 환자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기준이다.

방문객은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발열이나 의심 증상이 없는지 철저히 확인받은 뒤에야 면회소에 들어간다.

이 병원에 90세 노모를 입원시킨 최모(58)씨는 "노환으로 의사소통이 불편한 어머니가 불편한 게 있어도 참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얼마나 더 사실 지 몰라도 매일매일 불효하는 기분"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며칠 전 병원 측에 부탁해 겨우겨우 1층 유리문 너머로 어머니를 대면했다.

간병인이 부축을 받으면서 휠체어를 타고 나온 어머니는 6개월새 몰라보게 야윈 모습이었다.

최씨 어머니처럼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의 경우는 가족과의 짧은 대면마저 불가능하다.

다른 환자들의 면회 소식을 들으면서 더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A요양병원 간호사 이모(50)씨는 "거동 못 하는 환자는 휴대폰 영상 통화 등으로 보호자에게 안부를 전하는데, 업무가 바쁘다 보니 길게 연결해드리지 못 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아들딸 오기만 기다릴 텐데"…애간장 타는 요양병원 이산가족
요양병원이라고 환자와 가족들의 가슴 아픈 이별을 모른척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산발적으로 요양병원 종사자 확진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통제를 느슨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B요양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내 감염이 발생하면 환자와 의료진, 직원 모두가 격리되기 때문에 해당 병원은 문을 닫을 정도로 치명상을 입는다"며 "마음은 아프지만, 외부인 출입에 극도로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의료기관 면회 허용이나 방식 문제 등을 병원 자율에 맡겼다.

도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가 개별 병원에 면회를 시행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면회 실시는 병원 시설과 지역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 자율로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부모와 자식이 생이별하는 '이산'의 아픔이 이어지고 있다.

박진흥 충북재가노인복지협회장은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시설에서 이전처럼 가족을 편하게 보고 만질 수 없는 것이 코로나19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면서 "확산이 누그러지면 면회 제한도 단계적으로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들딸 오기만 기다릴 텐데"…애간장 타는 요양병원 이산가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