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은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은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에게 검찰이 각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현 모양 외 1명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쌍둥이에 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자매는 "검사가 말하는 정의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여전히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대한민국 입시를 치러본 사람이면, 수험생 자녀를 키워본 사람이면 학부모와 자녀들이 석차 향상 목표에 공들이는 것을 알 것"이라며 "현양 등은 숙명여고 동급생 친구들과 학부모의 19년 피와 땀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양 등은 대한민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동급생들과 숙명여고 교사들에게 상처를 주고, 공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 추락을 일으켰다"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학교 성적 투명성에 관한 근본적 불신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양 등은 1년6개월간 5차례 정기고사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진 이 사건 범행의 직접 실행자들이고, 성적상승의 직접 수혜자"라며 "그런데 현양 등은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의 기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동생 또한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이고, 수사 과정에서 성인 이상의 지능적인 수법으로 대응했다"며 "현양 등이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거짓말에 반드시 대가가 따르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숙명여고 쌍둥이 측 “정의는 무엇인가” 반발


쌍둥이 언니는 최후진술을 통해 "저는 장래희망이 역사학자였고, 이유는 무언가를 잊고 사라진다는 충격을 스스로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학교생활 내내 정확한 기록, 정밀한 언어, 정당한 원칙이 있었고 모든 일을 겪었지만 제 신념은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님이 말한 정의가 무엇인지 저는 도저히 알 수 없다"면서 "이런 일을 겪고 어떤 분이 저한테 괜찮냐고 했을 때마다 저는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괜찮지 않고 한 번도 괜찮았던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쌍둥이 동생도 "이제까지 모든 사실을 종합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쌍둥이의 변호인은 "이 사건은 유죄를 뒷받침 증거는 없고 간접증거만 있을 뿐"이라며 "검찰이 주장하는 '깨알 정답', '정정 전 정답', '부실 문제 풀이'는 오히려 무죄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현씨로부터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 미리 받는 등 숙명여고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숙명여고 쌍둥이에 실형 구형 "세상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깨닫길"
애초 검찰은 아버지 현씨를 지난 2018년 11월 구속기소하면서 쌍둥이 자매는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소년보호 사건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심리를 맡은 서울가정법원 소년3단독 윤미림 판사는 형사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고, 검찰은 쌍둥이 자매를 불구속 기소했다.

쌍둥이 아버지는 자매에게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에 유출한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쌍둥이 자매가 물리와 수학시험에서 암산으로 정답을 맞힌 것은 물론, 교사의 정정 되기 이전의 오답을 똑같이 적어낸 사실 등 쌍둥이 자매에게만 반복적으로 일어난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음에도 이들은 혐의를 부인해 왔다.

전문가들은 만약 답안을 유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려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7배나 힘든 일이라고 의견을 냈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됐다.

그러나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실력으로 성적이 오르고 1등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현 씨는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파면됐고, 쌍둥이 딸은 지난해 11월 퇴학 처리됐다.

쌍둥이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