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24]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 단독 인터뷰
취임 후 집무실 유리벽으로 바꿔
내실에 침대 없애고 간이침대로 교체
지난 17일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유리벽 집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변성현 기자

지난 17일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유리벽 집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변성현 기자

"집무실 벽을 유리벽으로 바꾼 것은 단체장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대상이 되겠다고 자청한 겁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어느 때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투명한 사생활과 권위의식 탈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단체장 집무실의 침대를 없애고 가급적 투명유리를 설치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박수영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고위공직자 성추행 근절대책을 제안하며 "전국 기관장 집무실에 침실이 붙어있을 경우 즉시 폐쇄 또는 철거를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장이 연루된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기관장 집무실을 피해장소로 꼽았기 때문이다. 앞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도 그랬다. 박원순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는 특히 시장 집무실 안의 '내실'을 피해 장소로 지목했다. 집무실 책상이나 벽에 가려져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내실에는 샤워실, 침대 등이 있었다고 했다.

정치권 요구처럼 단체장 집무실에 유리벽을 설치하고 침실을 철거하는 방안이 과연 실효성 있을까. 실제로 취임 이후 '유리벽 집무실'로 바꾼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사진)을 지난 17일 만났다. 그는 '불편을 감수한 투명함'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는 처음 강남구청장에 당선된 정 구청장은 "당선 당시 집무실은 어두침침한 나무 문부터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느낌을 줬다. 집무실은 안팎이 소통할 수 있고 투명한 행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집무실 벽부터 유리로 바꿨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구청장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대상이 되겠다고 자청한 것"이라면서 "(행정과 사생활을) 투명하게 하고 싶은 마음과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려 했다"고 덧붙였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집무실 입구 모습. 출입문이 유리로 되어 있어 구청장과 비서진이 서로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사진=변성현 기자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집무실 입구 모습. 출입문이 유리로 되어 있어 구청장과 비서진이 서로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사진=변성현 기자

정 구청장의 집무실 유리벽에는 반투명 시트지가 붙어있어 안쪽이 한 눈에 들여다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집무실 안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특히 반투명 시트지 사이에 일부 틈을 둬 구청장과 비서진이 서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벽 전면을 통유리로 하면 저도 비서진도 불편할 것"이라면서 "이 정도로도 상호 감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내실의 침대도 없앴다. 정 구청장은 "기관장은 비상근무할 때가 있어 휴식할 곳이 필요하긴 하지만 침대가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치웠다"고 귀띔했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필요성이 생겨 집에 들어갈 틈이 없어지자 접이식 침대를 마련했다.

그는 "기관장이 쪽잠을 자는 정도의 공간은 필요하다"면서도 "지나치게 호화스럽게 침대 내실을 꾸미는 것 등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체장이 내실을 어떻게 꾸밀지를 두고 일률적으로 강제해선 곤란하다고 봤다. 정 구청장은 "기관장이나 단체장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지, 강제 지침을 내리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집무실 유리벽 설치, 침실·내실 폐쇄 등 물리적 조치가 마음을 다잡는 계기는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기관장들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공간을 개방한다 해도 비밀스러운 행동을 하려 하면 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떻게든 있을 것"이라며 "기관장이 성평등·성인지 문제 등에 있어 철저한 인식 전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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