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트라우마센터 개소 후 1천300여명 방문…피해자 "감사" 손편지
"제주 4·3의 공포 털어놓으니 맺힌 가슴이 풀어지는 듯"
"어디에서도 말해보지 못한 제주 4·3의 공포를 털어놓으니, 맺힌 가슴이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1947∼1953년) 피해를 겪은 김모(76) 할머니는 '제주 4·3트라우마센터'에서 마음에 남은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어린 시절 총·칼을 든 군·경이 무고한 양민들을 살해하고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지만, '빨갱이'라는 오해를 받을까 봐서, 혹은 자식에게 짐이 될까 봐 70여년의 세월 동안 상처를 가슴 속에 묻고 살아왔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가 지난 5월 6일 개소한 후 김 할머니와 같이 많은 피해자가 곪아 터진 마음의 상처를 허심탄회하게 꺼내 치료를 받고 있다.

15일 제주 4·3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개소 후 2개월이 흐른 7일 현재까지 4·3 피해자 등 280명이 치료를 받겠다고 등록했다.

상담 등 단순 방문 누적 인원으로 보면 1천300명이 넘었으며 시설 이용 건수는 3천461건이다.

그간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받아본 적 없는 제주 4·3 피해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는 상담 및 물리치료, 운동 프로그램, 예술 치유 집단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4·3 이야기 마당, 치유의 밥상, 야외 치유 프로그램 등도 시작했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가 치유 프로그램 종료 시 시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용자가 전체 97.7%를 보였다.

4·3 생존 희생자 강모(89·여)씨는 트라우마센터에 손편지를 써 "(치료를 받는)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된 것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제주도는 국가 폭력으로 인한 치유 대상자를 포함해 해군기지 반대 활동,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트라우마 피해자까지 트라우마센터에서 치유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현학수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원거리 이용자와 고령의 생존희생자(유족)를 대상으로 내년에는 방문 치유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사업에 필요한 국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는 현재 시범운영 중이며 국가 트라우마센터로 발돋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