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6천세대 음용 자제 당부…어린이집·유치원·학교 생수로 급식
원인은 활성탄 여과지 추정…주민 "붉은 수돗물 악몽에 불안"
인천 수돗물 유충은 깔다구류…"유해성 없지만 마시지 말라"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가 벌어진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다구류'의 일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는 환경부 등 관련 기관, 전문가들과 대책 회의를 하고 이같이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이번에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며 "그러나 국내에서 알려진 깔다구류가 유해하다고 확인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맨눈으로 유충이 확인된 만큼, 유충 발견 신고 지역인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마전동 등 약 3만6천세대에 대해서는 수돗물을 생활용수로는 사용하되 직접 마시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해당 지역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명확하게 확인될 때까지 생수 등을 사용해 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인천시교육청은 수돗물에서 유충이 보인다는 주민 신고가 잇따라 접수된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검암동·마전동 등 5개 동에 있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39곳의 급식을 중단한 바 있다.



유충이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는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정수하는 데 사용되는 '활성탄 여과지'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각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의 DNA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배수지 내시경 조사를 통해 유충 발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정수처리 공정 과정을 고도정수처리에서 표준정수처리로 전환해 활성탄 여과지 사용을 중단하고, 여과지 세척 주기를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단축하고 중염소를 추가 투입하는 등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인천시 서구 일대에서는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지난 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23건이 접수됐다.
인천 수돗물 유충은 깔다구류…"유해성 없지만 마시지 말라"
앞서 지난 9일부터 전날 밤까지 서구 당하동과 원당동 등지에서는 유충 발생 신고가 12건이 접수된 바 있다.

인천 서구 지역 맘카페 등에도 서구 마전동·검암동·원당동·검단동 등지 수도꼭지에 설치된 필터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게시글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인천시 서구는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이 처음 발생해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주민들은 "붉은 수돗물 사태의 악몽이 떠오른다"라거나 "이번에는 유충이 나와 불안해서 수돗물 사용을 중단하고 생수를 쓰고 있다"라거나 "정수기 사용도 중단했다"는 내용 등의 글도 올리고 있다.

서구 왕길동 빌라에 거주하는 김모(25)씨는 "(6일 전인) 지난 8일에도 샤워실에 설치된 필터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유충이 나왔다"며 "현재 집에서는 최대한 수돗물 사용을 자제하고 외부에서 씻고 돌아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수돗물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주민들을 위해 병입수돗물인 '미추홀참물'을 제공하고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식용수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또 유충이 발생한 세대의 계량기를 대상으로 2∼3시간 간격으로 24시간 집중 모니터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