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속초시가 추진 중인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놓고 시와 환경단체가 대립하는 가운데 사업추진을 위한 용역보고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혔다.

속초 영랑호 생태탐방로 용역보고회서 찬반 의견 대립
속초시는 14일 오후 시청 디지털상황실에서 영랑동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대표, 시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용역수행 업체는 길이 400m와 50m의 부교 설치, 연장 665m의 호수변 테크로드 설치, 범바위 경관조명과 야외체험학습장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사업 기본계획과 추진 전략 등을 설명했다.

업체 측은 이번 사업의 추진전략을 '자연생태 탐방과 문화탐방을 함께 할 수 있는 핫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 영랑화랑길'로 정하고 동해와 설악산 등 천혜 자원과 연계한 경관특화와 포인트 조성,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스마트 조류관찰대, 스마트 건강길, 생태탐방 루트 조성을 제시했다.

업체 측은 해당 사업에 필요한 예산으로 37억5천여만원을 예상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은 석호 살리기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관광객 유치에만 집중돼 있다"며 "이는 알을 꺼내기 위해 거위배를 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천 년, 수만 년을 이어온 자연 석호인 영랑호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영랑호를 너무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보고회에 참석한 한 시민도 "이번 사업은 석호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환경영향평가 대상은 아니더라도 환경성 검토는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속초시의회 유혜정 의원은 "개발 효과에 대한 조사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영랑동 주민들은 "해당 사업은 북부권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며 호수 보존을 위해서도 개발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개발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다른 지역 호수들을 거론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 주민은 "고성군 광포호의 경우 예전에는 영랑호보다 더 아름답고 보기 좋은 호수였으나 개발과 관리가 되지 않아 이제는 저수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가 추진하는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은 속초시민들의 안식처와 휴식처가 되고 아름다운 산책길이 될 것이며 관광객에게도 관광자원으로서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환경운동연합은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시와 협의를 통해 호수를 살려가면서 사람과 윈윈할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속초시는 "그동안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나 필요하다면 수렴 절차를 더 가져보도록 하겠다"며 "시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최종용역보고서가 작성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