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안장 논란에도 언급 안해청와대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청와대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원론적으로라도 청와대의 입장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이날 박 시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데 이어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전직 비서의 법률대리인이 피해 내용을 공개했으나, 청와대는 침묵을 이어간 것이다.이번 사태의 파장이 국정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빈소를 방문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충격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 청와대는 줄곧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다.엄연히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있고 '고소인 신상털기' 등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만큼 청와대가 생전 업적을 바탕으로 고인을 추모한 여당과 똑같은 기조를 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까지 여권 광역단체장의 성 추문이 불거진 탓에 청와대는 이번 성추행 의혹의 후폭풍을 지켜보며 '로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청와대는 과거 친일행적 논란이 이는 고(故) 백선엽 장군의 국립묘지 안장 문제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청와대의 입장이 자칫 보수·진보 진영 대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백 장군의 국립묘지 안장이 타당하다고 보는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역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연합뉴스
"지난 며칠간 2차피해 굉장히 많이 일어나…엄중한 피해자의 시간"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한 전직 비서 측은 박 시장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데 대해 "저희 나름대로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고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이미경 한국성폭력연구소 소장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장례 기간에는 저희가 최대한 기다리고, 발인을 마치고 나서 오후에 이렇게 기자분들을 뵙게 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해)를 중단할 것과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는 걸 말씀드려야 할 시점이 필요했다"고 기자회견을 서두른 배경을 밝혔다.김 부소장은 "(박 시장이 숨진 뒤) 지난 며칠간의 시간은 피해자의 신상을 색출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다"며 "피해자에게 시시각각 다가오는 2차 피해 상황 또한 엄중한 피해자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앞서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고소인 측 기자회견 직전에 "오늘 박 시장은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는 중"이라며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박 시장의 영결식은 13일 오전 8시30분 서울시청에서 열렸다.이후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그의 시신은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옮겨져 매장된다./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고향인 경남 창녕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1970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서울 생활한 시작한 그는 5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박 시장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7시20분께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은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이른 아침부터 굵은 빗줄기가 이어졌지만 박 시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시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영결식 현장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유족과 서울시 간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등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했다. 서울시는 영결식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은 조사를 통해 고인을 기렸다.백 교수는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박원순이라는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의 역사적 행적에 대한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지난 8일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시장의 공과 과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이에 대해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이 대표는 "나의 오랜 친구 박원순 시장님, 한 평생 정말 고생 많았다"며 "그 동안 그토록 애정을 쏟았던 서울시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돕겠다"고 했다. 서 권한대행은 "서울시는 이제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한다"며 "시대를 앞서간 고인의 철학과 가치를 시대의 이정표 삼아 모두의 안녕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말했다.영결식은 박 시장의 딸인 박다인 씨가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남기며 마무리됐다. 박 씨는 "이제 서울시장 박원순은 더 이상 없지만 그 자리에 시민 여러분이 계시다"며 "여러분이 바로 서울특별시장"이라고 했다.영결식이 끝난 뒤 박 시장의 시신은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은 서울추모공원으로 자리를 이동해 끝까지 박 시장 곁을 지켰다. 박 시장의 묘소는 유족의 뜻에 따라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에 야트막한 봉분 형태로 마련된다.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