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아파트 실버택배 도입…어르신들이 물품 배달
택배 차량 전용 동선 만들거나 운행 수칙 합의하기도
차 없는 아파트 '택배갈등' 해법 없을까
최근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 진입 금지 조치에 반발한 택배 기사들이 잇따라 문전 배송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정문 인근에 배송 물품을 쌓아뒀고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직접 물건을 찾아갔다.

하지만 인천 지역 몇몇 아파트는 실버 택배를 활용하거나, 택배 차량 전용 동선을 만들어 갈등을 해소해 관심을 받고 있다.

◇ 택배 배송 갈등…"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12일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초 택배 기사들의 문전 배송 거부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남양주와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는 현재 단지 내 택배 차량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상태다.

이로써 아파트 주변으로 택배 물품이 가득 쌓인 모습은 사라졌지만,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하며 지어진 신축아파트에서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지상 차량 진입을 통제할 경우 빠르게 물건을 배송해야 하는 택배 기사들과 마찰을 빚기 쉽다.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택배 차량 높이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지하 진입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또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저상 차량은 물품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넓지 않다.

지난해 1월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마련됐지만, 이미 건축됐거나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아파트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 기사들의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아파트 단지 내 출입이 원활치 않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 없는 아파트 '택배갈등' 해법 없을까
◇ 직접 택배 배달 나선 26명의 어르신

이런 가운데 주민들과 택배업체가 협의해 갈등을 해소한 사례들도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는 2016년 8월부터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실버 택배'를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아파트 역시 입주 초기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제한해 마찰을 빚었으나,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실버 택배를 시행하면서 상황이 나아졌다.

택배 차량은 계속 지상으로 진입할 수 없었지만,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거점 지역에 물건을 내려놓기만 하면 돼 업무 부담이 줄었다.

대신 어르신 배달원들이 택배업체가 지하주차장으로 배송한 물품을 분류하고 각 세대로 재배송하는 일을 맡았다.

현재 만 60세 이상 어르신 26명이 아파트 26개 동과 부속 상가를 담당해 배송 일을 하고 있다.

이들에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지난달 이 아파트에는 5만8천여건의 택배 물품이 배송됐다.

어르신 1명당 하루에 옮기는 택배 물품은 70∼100개 정도인 셈이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실버 택배를 활용하면서 택배업체와 협의가 잘 이뤄졌다"며 "어르신들께서 배송 착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관리팀장을 통해 최대한 문제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버 택배를 통해 택배 기사들과 상생하고 노인 일자리도 창출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발씩 양보…동선 정하고, 속도 줄이고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는 입주자들과 택배업체 간 논의를 통해 택배 차량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별도의 이동 동선을 만들었다.

해당 아파트는 한때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는 장애물을 설치할 정도로 업체들과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아파트 단지 내 외곽 지역을 따라 택배 차량 이동 동선을 만들면서 해법을 찾았다.

택배 기사들의 실질적인 활동 반경을 고려해 지상에서 차량 이동이 가능하도록 일부 허용한 것이다.

택배 기사들도 후진 금지·속도 준수 등 단지 내 운전 수칙을 준수하기로 했다.

택배 기사 A(45·남)씨는 "이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으면 기사들 입장에서도 더 편하겠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취지를 이해하기에 서로 협조하기로 했다"면서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