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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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채 발견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르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지난 10일 박 시장 사망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박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장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장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가 처음이기에 서울특별시장도 이번이 최초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다가 10일 자정쯤 서울 종로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서 숨진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전 서울시 직원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고소 당했다. 박 시장의 피소와 사망 간에 연관성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 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청원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 기준 약 32만명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답변을 내놔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외에도 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 5일장으로 하는 것을 취소해주세요’라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 청원인은 “박 시장은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한 사람”이라며 “‘공소권없음’으로 (수사) 종결은 되었지만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국민들은 왜 박 시장이 자살했는지 알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박원순시장의서울시5일장을반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도 5일장 반대에 나섰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은 성명을 통해 “서울시는 즉각 피해자의 큰 고통에 아픔을 더하는 2차 가해를 유발하는 서울시장 장례절차를 재검토하고, 사건의 진상규명 및 손해배상절차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변은 “서울시는 여성의 고통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주체임에도 진상을 은폐하고 보란 듯이 고인의 죽음을 미화하는 듯한 장례를 주관하며 피해 여성이 또다시 받게 될 고통까지도 외면하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도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에 부정적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최모씨(31)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큰 행사는 못 여는 분위기인데 일반 시민 조문까지 받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서울시는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종로구에 사는 이모씨(49)는 “딸 가진 입장에서 성범죄 의혹이 있는 사람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