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40억원의 공금을 횡령해 유죄판결을 받은 서울 휘문고가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운영성과평가가 아니라 회계부정 등의 사유로 자사고 지정 취소가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교육청은 9일 휘문고에서 중대한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자사고 지정취소 절차를 밟는다고 발표했다. 초·중등교육법은 자사고가 허위·부정 회계를 집행한 경우 교육감 직권으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휘문고 학교법인인 휘문의숙 명예이사장 김모씨와 법인사무국장 박모씨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 시설을 A교회에 빌려주고 받은 학교발전 기탁금 38억2500만원을 횡령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학교법인 카드의 사용권한이 없는데도 2013~2017년 법인카드로 2억원 이상을 호텔, 음식점 등에서 개인용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2018년 말 김씨와 박씨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 아들인 민인기 전 휘문의숙 이사장도 횡령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민 전 이사장과 박씨에 대해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주범인 김씨는 지난해 1심 재판 진행 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휘문고는 2018년 종합감사에서도 학교 성금 등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등 총 14건을 지적받았다.

휘문고는 전국 자사고 중 사학비리 및 회계부정으로 재지정이 취소된 첫 번째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906년 설립된 휘문고는 국내 명문고교로 꼽힌다. 2025년 교육부 정책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으나 회계비리가 적발되면서 다른 자사고보다 5년 먼저 일반고로 전환하게 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