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환경연구원 청사 깊숙한 지하에 히말라야 수준의 음압 실험실
"코로나19 검체 분석, 갖은 변수에 즉각 대응하는 전투에 가까워"
광주 2차유행 후 하루 180개→1천개, 24시간 가동 코로나 분석실
"이게 어제 하루 분석을 마친 검체들입니다.

부피는 크지 않아도 1천개가 넘습니다.

"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 3등급 밀폐실험실 입구에는 검사가 끝난 코로나19 검체를 임시로 모아두는 냉장 설비가 자리한다.

이 냉장 설비를 거쳐 간 코로나19 검체는 지난 6개월 동안 2만4천600개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하루 30건 남짓했던 분석 건수는 신천지 신도와 해외입국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었던 고비고비를 넘으며 약 6배 늘었다.

24시간이 부족한 상황을 맞은 또 다른 변곡점은 광주에서 코로나19가 2차 확산을 시작한 지난달 27일이다.

종교시설, 오피스텔, 요양원, 병원, 고시학원, 어린이집, 목욕탕 등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하루 평균 180건이던 분석 건수가 1천건 이상으로 폭증했다.

광주 2차유행 후 하루 180개→1천개, 24시간 가동 코로나 분석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실험실은 연구원 청사 지하의 가장 깊숙한 공간에 자리하고도 히말라야 고산지대 수준으로 낮은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치료받는 음압격리병실이 -8 수준의 압력을 유지하는데 실험실은 -70까지 떨어뜨린다.

광주시 전역에서 검체가 밀려들어도 연구원 한 사람당 실험실에 1시간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4개 조가 교대하며 24시간 운영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데도 모든 연구진을 검체 분석에 한꺼번에 투입하는 날이 하루걸러 하루꼴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이날 오전에만 1천건가량의 분석 결과를 각 자치구 보건소에 통보했다.

음성인지 양성인지의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기는 연구진도 매한가지다.

검사는 보건소 구급차가 싣고 온 코로나19 검체가 중앙 현관을 거치지 않고 전용 통로를 따라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광주 2차유행 후 하루 180개→1천개, 24시간 가동 코로나 분석실
충격 흡수제, 플라스틱 통, 종이 상자로 삼중 포장한 용기는 이중문이 달린 분석실로 들어가기 전 표면 소독을 거친다.

사람 손으로 꼼꼼하게 닦아낸 검체 용기는 분석실 내부와 연결된 자외선 살균 상자로 들어간다.

소독 절차는 실험실 안쪽에서 연구진이 다시 한번 닦아내고 나서야 마무리된다.

본격적인 검체 분석은 점막 표면에서 채취한 검체를 용기에 저장한 상태에서 골고루 섞는 활성화가 첫 단계다.

연구진 감염 사고를 막고자 바이러스는 유전자 정보만 남기고 죽인다.

바이러스가 죽은 검체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장비에 넣으면 평균 6시간 뒤 결과가 나온다.

검체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경우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을 동시에 분석하느라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시간가량 기다림이 이어지기도 한다.

광주 2차유행 후 하루 180개→1천개, 24시간 가동 코로나 분석실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9일 "코로나19 검체 분석은 짜인 공정을 반복하는 공산품 조립보다는 갖은 변수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전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