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끝에 결국 줄줄이 현실화 및 재분배 카드 제시

MBC에 이어 KBS, EBS까지 수신료 현실화 및 재분배를 주장하면서 이 이슈가 하반기 언론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MBC였다.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5월 한국방송학회 웹 콜로키움에서 "공영방송인 MBC도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을 통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가 공직선거법·정당법 등 일부 법률에선 공영방송으로 분류되지만 공적 재원 관련 정책에서는 민영방송으로 구분돼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이다.

MBC 사장이 직접 수신료를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발언 직후 이 내용이 화제가 되자 MBC 측에서는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 됐다.

MBC와 마찬가지로 연 1천억대 적자에 시달리는 KBS도 고심 끝에 수신료 현실화 카드를 경영혁신안에 포함한 것이다.

KBS는 처음에는 '나눠먹기'를 우려한 듯 MBC의 입장에 별다른 공감 표시를 하지 않았지만,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1일 "KBS가 명실상부한 국가 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원의 70% 이상이 돼야 한다(현재 45%)"며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분배'는 그다음 문제이고, 일단 수신료 현실화 공론화부터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 사장은 하반기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출범해 사회적 합의의 물꼬를 트겠다고 설명했다.

MBC와 KBS에 이어 또 다른 공영방송인 EBS도 나섰다.

지난 8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변화하는 미디어 지형에서의 공영방송 가치 확립' 심포지엄에서는 봉미선 EBS 정책연구위원이 수신료위원회의 설치를 주장했다.

또 강명현 한림대 교수가 '교육 공영방송 재원 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EBS가 공영방송으로서 안정적인 공적 재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신료의 20%를 배분받아야 한다"고 EBS에 힘을 실어줬다.

EBS는 수신료 월 2천500원 중 70원을 가져가고 있는데, 이에 비해 온라인 학습부터 고품질의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하고 있어 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명중 EBS 사장도 전날 환영사에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다운 재원 구조로 뒷받침될 때 그 가치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갈 것이며, 앞으로 더욱더 시청자에게 봉사하는 공적 서비스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공영방송이 한꺼번에 물밀 듯이 수신료 현실화를 주장함에 따라 올 하반기 언론계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 이슈가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9일 "물론 단발성으로 동력을 얻기 쉽지는 않은 이슈인데, 5~10년 전과 비교해 미디어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이쪽 분야 관련 법제 전반을 새롭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방송의 기본 개념부터 공영방송이 우리 시대 어떤 몫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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