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입시비리로 자사고 취소 첫 사례…서울시교육청, 23일 청문 진행
'이사장 등 50억대 횡령' 휘문고, 자사고 취소 절차 밟는다

명예 이사장 등이 학교시설을 교회에 빌려주고 받은 돈 50여억원을 횡령해 물의를 빚은 휘문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초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어 휘문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감사 결과 드러난 학교법인 관계자의 배임·횡령 등은 자사고의 자율권에 대한 사회적 책무성에 반하는 행위인 데다 사립학교법 등을 위반한 심각한 회계 부정이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학교가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거나, 5년마다 진행되는 교육청 운영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넘지 못해 자사고 취소 절차를 밟는 사례는 있었지만 ▲ 회계 비리 ▲ 입시 비리 ▲ 교육과정 부당 운영 등 법이 정한 다른 사유로 취소 절차를 밟는 것은 휘문고가 처음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에 대한 비리 제보를 접수하고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8대 명예 이사장과 법인 사무국장(휘문고 행정실장 겸임) 등이 2011∼2017년 한 교회에 학교 체육관 등을 예배 장소로 빌려준 뒤 사용료 외 학교발전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38억2천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이 자사고 지정 이전인 2008년부터 횡령한 액수는 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이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명예 이사장의 아들인 이사장은 이를 방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은 또 명예 이사장이 사용 권한이 없는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013∼2017년 2억3천900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파악했다.

교육청은 명예 이사장과 이사장, 사무국장 등 7명을 고발 또는 수사 의뢰했다.

명예 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숨져 공소가 기각됐지만, 이사장과 사무국장은 올해 4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창우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과 장학관은 "(명예 이사장 등이) 학교 시설사용료를 법인과 학교 명의 통장으로 받아 현금·수표로 인출한 뒤 개인 용도로 썼다"며 "자사고가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지만 이처럼 대규모 회계 부정이 있었던 학교가 그때까지 자사고로 유지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휘문고는 2018년 종합감사에서도 학교 성금 등을 부당하게 사용한 점 등 총 14건을 지적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휘문고를 대상으로 청문을 열어 최종적으로 지정 취소 여부를 판단한 뒤 교육부에 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휘문고는 2021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다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적용받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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