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주역, 대구시 첫 여성이사관 됐다
“아침이면 수백 명씩 늘어나는 코로나19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10%도 안 되는 실적을 마주하고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벽이면 다시 한 명의 환자라도 살려보자고 다짐하며 일어섰습니다.”

8일 대구시 최초로 여성 2급공무원(지방이사관)이 돼 재난안전실장에 임명된 김영애 시민행복국장(56·사진)은 지난 2월 말 하루 500~7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 전쟁터 같던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감염병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직위에 있었지만 의사 출신 전문가라는 이유로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에 투입됐다. 환자 이송과 분류 작업을 맡았다. 병실 부족으로 자가격리 중 안타깝게 희생된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업무였다. 그의 2급 승진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았지만 권영진 대구시장은 “헌신한 의료인들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부족한 음압병실을 찾아 부산 광주 서울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병원에 밤새도록 부탁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김 실장은 “권 시장이 직접 나서 지자체장들에게 장문의 문자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했고, 대구의 병원장과 보건소장들이 내 일처럼 나서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날 대구 상급병원의 감염내과와 예방의학과 교수에게 SOS를 보내 임시 비상대응자문단을 꾸린 것도 그가 한 일이었다. 2015년 메르스 때 권 시장과 자문단이 동고동락했던 경험이 코로나19 대응에 큰 자산이 됐다.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으로는 병상이 태부족할 것임을 예상하고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전환한 것도 비상대응자문단 교수들과의 끈끈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실장은 “전국에서 고생하는 의료진과 병·의원만큼은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정부가 배려했으면 좋겠다”며 “대구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