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검찰 출신 변호사 등 포함…조국 연루 의혹은 사실무근 결론
'상상인 불법대출' 유준원 대표 등 20명 기소…"사실상 사채업"
상상인그룹 불법대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유준원(46) 상상인그룹 대표와 검찰 출신 박모(50) 변호사 등 20명이 8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따라 8개월간의 검찰 수사도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미공개중요정보이용·시세조종 등 혐의로 유 대표,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보고 의무 위반·시세조종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박 변호사를 각각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과거 사채업자들이 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한계기업'들에 한 것처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무자본 인수합병(M&A)이나 주가조작 등 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한 사실상 '사채업'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밖에 전환사채(CB) 발행사 대표와 시세조종의 공범 등 관련자 18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상상인 계열의 저축은행 전무와 상상인 부사장도 포함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연루된 회사인 더블유에프엠(WFM)의 CB 담보 대출에 관여한 앳온파트너스 대표도 이들과 함께 기소됐다.

다만 검찰은 이번 상상인 사건은 조 전 장관과 무관한 것으로 파악했다.

상상인은 2018년 중순 골든브릿지증권(현 상상인증권) 인수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앳온파트너스를 거쳐 WFM에 1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를 두고 유 대표가 조 전 장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일종의 '뇌물성 대출'을 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상상인 불법대출' 유준원 대표 등 20명 기소…"사실상 사채업"
유 대표는 2015년 4월~2018년 12월 코스닥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고리의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겉으로는 상장사들이 CB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대출상품을 만들어 판 혐의를 받는다.

유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정상적인 투자회사가 CB를 인수한 것처럼 하거나, CB 발행에 따른 자금을 상장사에 주지 않고도 전부 준 것처럼 허위공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상장사가 신용으로 신규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처럼 일반 투자자들을 속이는 허위공시를 해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파악한 허위공시 관련 상장사 CB는 9개사 623억원 규모다.

유 대표는 2017년 7월 개인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던 상장사에 대출을 해주며 제3의 투자조합이 CB를 인수한 것처럼 호재성 허위 외관을 만든 뒤, 주식을 처분해 50억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한 혐의도 있다.

또 2016년 2월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전문 브로커를 통해 한 상장사 M&A 관련 정보를 시장에 알려지기 전에 미리 얻고, 이를 이용한 '단타' 주식매매로 1억1천200만원의 이익을 취한 혐의도 있다.

특히 유 대표는 2019년 3~5월 증권사 인수 등 상상인그룹 확장 과정에서 지주사인 상상인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반복적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도 있다.
'상상인 불법대출' 유준원 대표 등 20명 기소…"사실상 사채업"
검찰은 유 대표가 허위공시와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등으로 약 88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올린 것으로 보고 범죄수익 추징에도 나설 방침이다.

추징액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도 부과할 전망이다.

박 변호사는 2015년 12월~2019년 9월 7개 차명 법인과 30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배후에서 상상인 주식을 최대 14.25% 보유하면서도 금융당국에 대해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18년 3월~2019년 8월 상상인 주식의 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약 1년 4개월간 시세조종에 가담하고, 그 과정에서 차명으로 지배한 상장사 2개 등 4개사의 자금 813억원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지난해 11월 상상인저축은행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4월 상상인그룹 본사 사무실 등을 재차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이어왔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불공정 행위를 하거나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실현하는 공시 제도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