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천국’ ‘황야의 무법자’ ‘미션’ 등의 영화음악을 만든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 타계했다. 향년 93세. 모리코네는 며칠 전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로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가 숨을 거뒀다고 ANSA통신 등이 보도했다. 모리코네 유족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리코네의 별세 소식을 알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명석함과 존엄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1928년 로마에서 태어난 모리코네는 ‘시네마 천국’ ‘미션’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언터처블’ 등의 주제곡을 작곡하는 등 5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든 거장이다. 공포, 스릴러, 코미디 등 모든 장르의 영화를 넘나들며 세계인의 귀에 익숙한 아름다운 멜로디를 썼다.

모리코네는 20세기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이름을 떨쳤지만, 애초 클래식 전공자였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음악을 시작해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에서 트럼펫과 작곡을 전공했다. 생활고 때문에 방송·영화음악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클래식 전공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가명을 쓰기도 했다.

2016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헤이트풀8’ 주제곡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지각’ 수상했다. 아카데미는 세계 영화음악에 끼친 영향력과 공헌을 인정해 2007년에 공로상을 수여했다.

모리코네는 2005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내한 공연이 공연 이틀 전 돌연 무산됐으나 2007년 첫 내한 공연이 성사됐고, 부산국제영화제도 찾았다. 2009년에 다시 한 번 내한 공연을 했고, 2011년 데뷔 50주년 기념 투어를 서울에서 시작했다. 그는 2007년 첫 내한 당시 인터뷰에서 “영화음악은 영화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에 감동을 증폭시켜 주는 배경 음악이 없다면 영화는 그만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음악을 작곡할 때 상을 생각하고 곡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다섯 번이나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