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이영희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오른쪽)가 연구팀과 실험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이영희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오른쪽)가 연구팀과 실험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2020 한경 이공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가 스코푸스(SCOPUS·학술논문인용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한 평가지표인 국제학술지 영향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서울대는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 교수당 교외 연구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서울대, 국제학술지 영향력 1위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해마다 한국 과학계에서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꼽힌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 RNA(리보핵산)의 생성 과정을 밝히고, 줄기세포와 암세포 RNA의 기능을 규명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공동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숨겨진 비밀을 풀 수 있는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고려대, 국제학술지 논문 '최다'…영향력에선 서울대가 5년째 1위
서울대가 ‘국제 학술지 영향력’ 분야에서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온 비결은 김 교수와 같이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는 스타 교수가 대거 포진해 있는 덕분이다. 현택환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는 나노 및 화학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국내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정보분석 기관 클래리베이트애널리틱스가 매년 말 발표하는 논문 피인용 기준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2014~2019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서울대는 2016년부터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을 마련해 우수한 연구자를 육성하고,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선정된 연구자에게 실험분야는 과제당 연간 1억원 내외, 이론분야는 과제당 연간 3000만원 내외의 연구비를 최대 9년까지 지원한다.

성균관대, 교수진 대폭 충원해 2위

KAIST는 교수당 교내·교외 연구비 1위,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 2위를 차지해 ‘연구의 질’ 부문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성과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AIST에 따르면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연구팀 소속 양동수·박선영·은현민 박사과정과 박예슬 석사과정 학생이 참여한 논문이 국제 학술지 ‘셀(Cell)’이 발행하는 ‘생명공학의 동향’ 표지논문으로 실리기도 했다.

성균관대는 KAIST에 이어 연구의 질 부문 2위다. 능력 있는 신임 교수를 대폭 늘려 논문의 질이 개선되고 건수도 증가했다는 게 성균관대 분석이다. 이 대학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장을 맡은 이영희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세계적인 과학계 스타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을 이용해 투명하면서 잘 휘어지는 메모리 소자를 개발해 휘어지는 스마트폰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

고려대,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 1위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항목인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에선 고려대가 가장 많았다. 교수 한 명당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OPUS급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지난해까지 3년간 평균 1.38편이다. 안춘기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지난해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많은 연구자’에 새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려대는 연구자 중심의 전폭적인 연구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인성스타연구자상을 신설해 세계적 수준의 교내 연구자에게 고액의 연구비를 지급하는 등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수들의 연구를 전략적·조직적으로 지원하는 전문적인 코디네이터 기능을 하는 RC(research coordinator)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