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씨의 아버지가 재판을 참관한 뒤 법정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재판을 참관한 뒤 법정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24)에 대한 미국 송환이 불허됐다.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는 6일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인도심사 청구 관련 세 번째 심문기일을 열고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하지 않는 것이 이 사건 조약에 이뤄진 합리적 판단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해당 범죄 법정형 자체가 미국에 비하여 현저히 가볍고 관련 입법이 불충분할 뿐 아니라, 그동안 수사기관과 법원도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형사사법 제도를 운영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범죄인을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보내 엄중한 처벌을 하자는 주장도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 청구인 검사도 인정했듯이, 범죄인을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인도 제도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이 사건에서는 범죄인이 국적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범죄인에 대해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필요하면 미국과의 국제 형사사법공조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결정이 범죄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이뤄질 수사 과정에 범죄인은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도심사는 불복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단심제로 운용된다. 이날 법원이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을 불허하면서 손정우는 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손정우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 8개월여간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에서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아동 성착취 영상으로 전세계에서 37만달러 상당 암호화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우는 한국 법원에서 지난해 5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유죄 판결을 확정받고 지난 4월 27일 만기 출소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가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 상태를 이어왔다.

손정우는 앞서 법정에서 울먹이며 한국에서 재판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재판 결과와 별개로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아동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다.

모든 죄목의 형량을 각각 매겨 전부 더하는 미국법을 적용할 경우 손정우는 최소 75년에서 최대 100년 이상 감옥살이를 할 수도 있었다.

손정우의 아버지 손모씨는 미국 송환을 막으려 아들이 동의 없이 자신의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거래·은닉했다며 아들을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하나의 범죄를 이중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따라 아들이 미국에서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