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실제 모델인 전 핸드볼 선수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앞장서서 고(故) 최숙현 선수의 한을 풀 수 있도록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가운데, 최근 임 의원이 최 선수의 동료들에게 한 통화가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TV조선에 따르면 임 의원은 최근 최 선수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하신 분이) 누군지를 묻는' 질문에 "내가 누구냐면, 모르고 지금 받는 거에요? 국회의원 임오경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최 선수가 경주시청에서 부산시청으로 (올해 초) 팀을 옮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임 의원은 "좋은 팀으로 왔고, 좋게 잘 지내고 있는데 지금 부산 선생님은 무슨 죄가 있고, 부산 체육회가 무슨 죄가 있고…. 왜 부산 쪽까지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는지…"라고 했다.

최 선수가 가혹행위 사건을 고소한 것과 관련해서 "왜 이렇게 부모님까지 가혹하게 이렇게 자식을…"이라며 "(가해자들을 처벌할) 다른 절차가 충분히 있고, 징계를 줄 수 있고 제명을 시킬 수도 있는데 (부모가) 어린 선수에게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게 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가족사나 과거 병력, 개인사를 묻기도 했다. 특히 "(최 선수가)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하는데 남자친구하고 뭔가 안 좋은 게 있었나" "지금 폭력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전체가 맞고 사는 줄 알아요" "경주시청이 이상했다. 나도 이해가 안 간다. 내 친구들하고도 다 소통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 같은 통화 내용이 '부적절 했다'는 논란이 일자 임 의원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진상규명이 두려워 이를 끌어 내리려는 보수 체육계와 이에 결탁한 보수 언론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관련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임 의원은 "저는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선배로서 보수언론에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고 범접할 수 없는 체육계의 병폐 개선 의지와 후배들을 위한 진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과 국회 문화 체육관광위원회, 임오경의 진상규명이 두려워 이를 끌어내리려는 보수 체육계와 이에 결탁한 보수 언론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선수가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매우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친구와의 녹취록에서 나온다.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픈 마음의 표현인데, 무엇이 잘못됐나"며 "이에 굴하지 않고 우리 문체위는 이번 고 최숙현 사망사고의 진실을 파헤치고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몸통에서부터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했다.

남자친구와 문제가 없었는지 물은 것에 대해선 "저는 핸드볼 대표팀 감독 출신이다. 선수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평소 신상에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나자마자 바로 후배 선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일이 어디에서 또 있는지 조사를 했다. 다른 팀 선수들 전반적으로는 이런 일이 없는데 경주에서만 특이하게 일어난 일인가 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경주에서 일어난 일로 체육계 전체가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체육인 출신으로서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래통합당의 '최 선수 사망 사건'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김웅 의원은 "죽어서도 벽에 부딪힌다"며 임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논란이 된 기사를 링크하며 "흔히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에게 사람들은 '그럴 각오면 차라리 싸워보지'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그들에게 세상은 벽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벽, 조직의 벽, 편견의 벽 죽어서도 이런 벽에 부딪히는데 살아 있을 때는 어땠을까. 벽에 갇힌 고 최숙현 선수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진정 분노를 느낀다. 죽어도 끝나지 않는 싸움, 이제는 저희가 함께 하겠다"고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