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유족이 친모를 상대로 낸 재산분할 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구하라법’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그런데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음’을 법적으로 어떻게 규명할지를 놓고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들이 고심하고 있다.

구하라법은 법원행정처 등 관계 기관 및 부처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나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속인(재산을 승계받는 자)에 대한 결격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1004조에 ‘피상속인(재산의 원래 주체)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이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어떻게 넣을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은 고의로 직계존속 등을 살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하게 한 자 등에 한해서만 상속인의 자격을 박탈시키고 있다.

어디까지가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것인지 법 조항으로 일일이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부양의무를 30% 이행했으면 게을리한 것이고 70% 이행했으면 잘했다는 식으로 계량화할 수 없다”며 “‘몇 년 이상 가족과 살지 않으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라는 식으로 수치화하더라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같이 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사건마다 개별성을 다 고려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신 민법 1004조에서 ‘현저히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 식으로 결격사유를 추가하되 구체적인 사안은 이후 법원의 판례로 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 다른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는 “누가 현저히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 해당하는지, 이때 상속권을 아예 박탈할 건지 혹은 상속분을 감액할 것인지 등의 사안은 판례로 정립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