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범죄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성연쇄살인 사건과 함께 국내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한 방송을 통해 이 사건의 제보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4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제주도 변호사 살인사건은 1999년 11월5일 일어났다. 도로에 주차된 소나타 승용차 안에는 한 남성이 운전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검사 출신 변호사였던 이승용(당시 44세) 씨였다. 제주 출신인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했다. 이씨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한 다음 1992년 고향인 제주로 내려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심장 관통에 의한 과다출혈. 날카로운 흉기에 6곳을 찔렸다.

도심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에 제주 경찰은 7개팀, 40여명의 수사본부를 꾸렸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등 단서가 없었다. 목격자도 없었고,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결국 1년 뒤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이 사건은 아무런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2014년 11월5일 자정을 기해 15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지 6년 만에 자신이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는 사건 관련자가 나타났다.

자신을 과거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조직원으로 소개한 김모(54)씨는 지난달 2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자신이 이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제주 경찰은 방송 이후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범죄 전문가들과 경찰은 김씨가 살인교사범이 아닌, 이 사건의 진범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변호사의 행적, 흉기 및 사건 장소에 대한 묘사 등 당시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범행 현장을 모습을 세세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모씨는 현재 동남아 지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범인일 가능성에 그의 해외출입국 기록을 분석했다. 범인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국외로 도피했을 때는 그 기간만큼 공소시효를 정지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해외 거주기간이 6년 이상이면 2014년 만료된 공시시효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해외 거주 기간은 6년 미만이었다. 그가 범인으로 밝혀져도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15년에서 25년으로 길어졌고, 2015년 재개정되면서 완전히 폐지됐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