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거취뿐 아니라 민주노총 노동운동 향방 가를 중대 분기점 될듯
주사위 던진 민주노총 위원장…대의원대회로 노사정 합의 살리나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3일 무산 위기에 놓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 합의를 살려내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소수 간부 중심의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강경파의 반대에 막히자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의원들의 동의를 구하기로 한 것이다.

오는 20일 열릴 대의원대회는 김 위원장 본인의 거취뿐 아니라 민주노총 노동운동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중집과 다른 대의원대회…의외의 결과 나올 수도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중집에서 강경파의 반대를 끝내 못 넘어서자 민주노총 규약에 따라 오는 20일 위원장 직권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할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 사무총국 간부, 산별노조·지역본부 대표 등 약 50명으로 구성된 중집과는 달리 대의원대회는 전체 조합원 500명당 1명꼴인 대의원들로 구성된 대규모 회의체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 재적 인원은 1천400여명에 달했다.

김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안을 살리기 위해 대의원들의 뜻을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정파의 벽을 넘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노총 중집에서 강경파가 노사정 합의안에 완강하게 반대한 데는 정파 논리가 주로 작용했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이념적 근거에 따라 노사정 대화 자체에 부정적인 강경파 그룹이 반대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내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도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반대에 동참했다.

이들은 최근 잇달아 열린 중집에서 김 위원장에게 노사정 합의안을 폐기하고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

중집위원이 아닌 강경파 활동가들도 회의장에 집결해 김 위원장을 '자본가 하수인'으로 몰아붙이며 지원 사격을 했다.

이날 새벽 중집에서는 강경파 활동가가 가방에 시너를 준비해온 게 발각돼 실랑이 끝에 빼앗기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칫하면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노사정 합의안이 대의원대회에 부쳐지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의원의 상당수도 정파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안건을 부친 작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도 전국회의에 속한 대의원들이 반대 지침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수 간부 중심의 중집과 비교하면 대의원대회는 정파 논리에 덜 좌우될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대의원 중에는 정파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데다 소수의 중집위원과는 달리 다수의 대의원이 정파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열릴 대의원대회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사위 던진 민주노총 위원장…대의원대회로 노사정 합의 살리나

◇ 대의원대회에서도 추인 무산되면 위원장 거취 결단 불가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김 위원장은 거취를 결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말 사회적 대화 참여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전체 조합원 직선으로 당선된 김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에 결국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중집에서 노사정 합의안의 추인이 좌절되자 거취를 거론했다.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추인된다면 민주노총 노동운동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민주노총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국난 극복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참여했지만, 내부 반발로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내홍에 빠졌고 결국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서 멀어졌고 장외 투쟁 중심의 노선을 걸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뿌리 깊은 반감에는 정부의 들러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그러나 작년 말 고용노동부 집계상 조합원 수로 민주노총이 '제1 노총'이 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노동계 일각의 시각이다.

민주노총이 100만 조합원의 힘을 토대로 사회적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안도 민주노총이 내걸었던 요구 사항에는 못 미치는 부분이 많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요구를 관철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이 제1 노총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대화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위원장이 대의원대회까지 소집하며 노사정 합의안의 추인을 추진하는 것도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주노총이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노사정 대화를 제안해놓고 합의안이 일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막판에 발을 뺀다면 무책임하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사위 던진 민주노총 위원장…대의원대회로 노사정 합의 살리나

◇ 고민하는 정부…조만간 입장 밝힐 듯
김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안 추인을 위해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기로 한 데 대해 정부는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를 열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극심한 내분에 휘말린 민주노총이 정상적으로 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정부는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노사정 주체들의 입장을 좀 더 살피고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사정 주체들은 지난달 18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지난달 말까지 대화를 마무리한다는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민주노총의 내부 추인을 기다리며 노사정 합의의 시한을 늦추는 데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제안을 받아들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나선 게 화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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