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들 9시간 마라톤 회의

"위법하고 부당한 지휘" 성토
'공개 항명' 이성윤은 불참

6일까지 회의 결과 취합
尹, 그 이후 입장 발표할 듯

秋 "특임검사도 필요 없다"
윤석열 '제3의 대안'도 차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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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를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르면 주말, 늦으면 내주 초 최종 결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의견 수렴을 위해 소집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는 참석자 다수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도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 내용을 고스란히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추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 주장한 특임검사는 이미 때늦은 주장”이라며 ‘지시 그대로의 이행’을 재차 압박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에 수사를 맡기고 윤 총장은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장들은 ‘부당한 개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검사장들, 수사권 지휘에 강력 반발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및 검사장들의 릴레이 회의는 9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소 무겁고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참석자들은 활발히 의견을 냈으며, 윤 총장도 회의에 참석해 이를 경청했다고 대검 측은 전했다. 오후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검사장들이 회의를 했다. 윤 총장은 오후 회의 땐 인사말만 하고 퇴장했다. 이날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넘긴 오후 6시50분께 종료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윤 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요청에 따라 불참했다.

회의에선 추 장관 지시가 검찰청법에 명시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지휘인 만큼 윤 총장이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직 검사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검찰이 위법 수사를 하거나 무리한 압수수색 등 수사권을 남용할 때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해 제동을 걸라는 게 법 취지”라며 “지금은 오히려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의 의견을 구하며 신중히 수사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한 추 장관의 두 번째 지시 사항에 대한 성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 현직 검사는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과 어느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할지 결정할 권한(직무이전권)을 갖는다”며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까지 콕 집어주고, 특정 수사에 한해 총장을 배제하는 것은 위법한 지휘”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입 다물고 강 건너 불구경한다면 검찰은 죽은 조직”이라며 격한 표현을 쏟아낸 검사도 있었다.
<출근하는 추미애> 3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출근하는 추미애> 3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 총장은 주말이나 다음주 월요일에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바탕으로 공식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검사들 의견을 받아들여 추 장관에게 지휘 수정을 요청하거나 이의제기를 하는 등 초강수를 던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은 구체적 수사 사안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추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게 본인의 역할이라고 볼 것”이라고 했다. 검찰 내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거부하더라도 먼저 사퇴서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미애, 지휘 이행 재차 압박
추 장관은 이날 “(수사팀에 의해) 이미 상당한 정도로 관련 수사가 진행됐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것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중앙지검 수사팀에 수사를 맡기고 총장은 보고만 받으라”는 지휘권 내용을 분명히 하고, 윤 총장이 특임검사를 지명해 이번 수사를 맡기는 식으로 제3의 제안을 꺼내들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장관의 지휘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징계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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