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닥터의 가혹행위 묵인·방조 정황 드러난 터에 "난 안 때렸다" 항변
사실이라도 체육회 매뉴얼상 '방관자로서의 폭력'…'공무원 직무유기' 가능성도
[팩트체크] 최숙현 학대혐의 감독의 변명…직접 안때리면 폭력아니다?

고(故) 최숙현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지도자 중한 명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감독 김모 씨가 자신의 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김씨는 최 선수가 팀 닥터 등에게 가혹행위를 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도 이를 말리지 않고 방조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직접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최 선수의 유족이 공개한 녹취에는 팀 닥터의 폭행이 벌어지는 동안 김씨가 "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때리는 데 아프냐"라거나 "죽을래", "푸닥거리할래" 등의 말로 고인을 압박한 정황이 나온다.

또 녹취에는 최 선수의 체중이 늘어나자 김씨가 "3일 동안 굶어라"라고 다그치는 목소리도 담겨 있다.

녹취에는 없지만, 팀의 베테랑 선수가 최 선수를 괴롭히는 것을 알고도 방조하고 오히려 고인을 나무라며 뺨을 때렸다는 의혹도 받는다.

[팩트체크] 최숙현 학대혐의 감독의 변명…직접 안때리면 폭력아니다?

◇ "때리지 않았다" 혐의 부인…"유형력 있어야 폭행죄" 판례 염두뒀나
김씨는 최 선수 사망 전인 지난 2월만해도 최 선수의 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최 선수의 죽음이 언론에 보도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자 "나는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라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의 태도 변화는 자신에게 돌아올 민·형사적 책임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법원 판례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만 폭행죄 유죄를 인정한다.

법원은 인분을 바닥에 던진 행위나 피해자에게 하루 수십번씩 전화는 걸어 폭언을 반복하는 행동 등에 대해 유형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폭행죄 성립을 부정한 바 있다.

그런 판례에 따르면 만약 김씨가 폭력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방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폭행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팩트체크] 최숙현 학대혐의 감독의 변명…직접 안때리면 폭력아니다?

◇ 대한체육회 매뉴얼 "폭력 묵인도 스포츠 폭력"…직무유기 지적도
형법상 김씨의 폭행죄가 성립할지 여부는 향후 수사를 거쳐 재판에서 가려질 부분이다.

다만 폭행죄 유죄 여부와 관계없이 김씨의 행동이 대한체육회 매뉴얼상 스포츠 폭력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가 작년 8월 펴낸 '스포츠 인권보호 업무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김씨의 행위는 스포츠 폭력 중 하나인 '방관자 입장의 폭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매뉴얼은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집단 구성원들이 폭력 행동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체하고, 폭력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지지하는 행위'를 '방관자 입장의 폭력'으로 규정한다.

또 '폭력을 보고도 못 본 척 하기, 눈감아 주기, 도움 요청 거절하기, 묵인하기 등도 폭력으로 인정한다.

이 밖에 '몸에 상처가 나지는 않지만 이에 못지않은 두려움과 좌절을 느끼게 하는 심리적·감정적 학대를 하는 것'도 '정신적 폭력'으로 구분해 스포츠 폭력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김씨에게 '스포츠 폭력'이 인정되면 형사 처벌 문제와는 별개로 최 선수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 등 민사적 책임을 물리고 징계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경주시청 소속 공무원인 그에게 공무원 직무유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형법 122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처벌하도록 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감독은 소속 선수를 폭행 등 가혹행위로부터 보호해야 할 직무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최 선수에 대한 폭행 방조가 직무상 책임의무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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