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벌금형으로 기업 안전의무 준수 이끌지 못해"
"산재사고는 97% 반복, 정식 기소는 4%만…처벌 강화해야"

노동계 등 107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는 산재가 가벼운 처벌에 그쳐 사업주의 재범률이 높다고 지적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노동자 사망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안전실장은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안설명회에서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최소한의 법을 준수하기 위한 비용이나 인력에 대한 안전 투자는커녕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만 요구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뒤집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실장은 고용노동부가 2013∼2017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사건을 분석한 자료를 인용, "산업재해는 반복적 유형으로, 동일한 기업에서 되풀이돼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에 따르면 산안법 위반의 재범률은 약 97%로, 일반 범죄 재범률 43%의 2배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산안법 위반 전과 4범은 153명, 전과 9범 이상은 105명이었다.

그러나 수사나 처벌은 '솜방망이' 경향을 보였다고 최 실장은 지적했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2017년 처리된 산안법 위반 관련 사건 1만3천187건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613건(4.64%)에 불과했다.

사업주 등 책임자가 구속 수사를 받은 사건은 1건(0.007%)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사건의 80% 이상이 벌금 약식명령 청구로 종결됐다.

최 실장은 "십수년간 법제도가 개선됐고 노동부 감독 인력이 2배 가까이 늘었음에도 산재사망은 줄지 않았다"며 "모든 사업장을 감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지만, 설사 감독을 하더라도 사망사고에 400만원 안팎의 벌금을 물리는 수준으로는 기업의 법 준수를 유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산안법 체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업이 산안법에 명시된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경우를 제외하면 산안법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산안법은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지만, 수사·재판 과정에서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가 인정될 경우에는 현장의 말단 직원만 처벌하고 기업주 등은 책임을 벗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이날 설명회에는 2017년 삼성중공업 현장에서 크레인 사고를 당한 노동자 박철희씨를 비롯, 산재사고로 동료와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스텔라데이지호·세월호 유가족,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이 참석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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