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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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중국 대표 간편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와 손잡았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전국 50만개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위챗페이를 이용한 중국인 관광객의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다시 유입되면 둘의 협업이 국내 관광 수익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제로페이와 위챗페이의 결제 연동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중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 텐센트, 서울시 등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위챗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최근에는 제로페이와 위챗페이의 서로 다른 QR코드 시스템을 중계하는 서비스를 맡아 운영할 사업자 선정도 완료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오는 10월이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위챗페이를 이용한 결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챗은 중국 전체 인구(14억명)의 82%인 11억50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다. 위챗페이는 위챗을 기반으로 한 간편 결제 서비스로 중국 이용자가 8억명에 달한다. 중국 인구 절반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셈이다. 위챗페이는 대행사 등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명동과 동대문 일대를 중심으로 약 3만여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페이와의 협업은 사용처를 서울 전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관광객이 사라져 매출 감소로 신음하고 있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제로페이와 위챗페이의 협업은 큰 호재다. 제로페이와 위챗페이가 연동되면 결제 편의성이 크게 개선돼 코로나19 종식 이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위챗페이로 결제를 하더라도 결제 수수료는 기존 제로페이 체계와 마찬가지로 최대 1.2%에 불과해 수수료 부담도 적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00만명에 달했다.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은 1887달러(약 230만원)로 이들이 쓰고 간 돈은 14조원에 이른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서울시는 위챗페이와의 연동을 '퀀텀점프'의 계기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2018년말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는 시행 초기 가맹점과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이 늘어나고, 언택트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맹점 수는 물론 결제액도 크게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제로페이 결제액은 1021억원으로 전년 동월(26억원) 대비 4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페이는 위챗페이 외에도 동남아시아와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쓰는 해외 간편 결제 서비스와의 결제 연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