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7월 공연은 이미 매진

막이 끝나갈 즈음, 이곳저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끝나고 나서는 오열하는 관객들의 모습도 일부 보였다.

"이미 여러 번 본 건데 왜 이렇게 슬픈지'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올해 상반기가 끝나가던 6월 30일 늦은 밤, 서울 대학로 YES24 스테이지 1관의 한 풍경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달 30일 개막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모차르트!' '렌트' '제이미' 등 대작 뮤지컬과 함께 이번 여름을 책임질 뮤지컬로 평가받는 기대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 우려에도 개막 당일부터 관객들이 몰렸다.

약 400석 전석이 매진됐다.

좁은 입구 탓에 10분 가까이 기다려야 객석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뮤지컬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제작사인 CJ ENM에 따르면 이미 이달 말까지는 표가 매진됐다고 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예매 취소 표를 잡지 않으면 8월에야 공연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업계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이다.

우리도 사랑일까…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18년 한국 뮤지컬 어워즈 6개 부문,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 4개 부문을 석권한 이 작품은 2016년과 2018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21세기 후반. 로봇들만 거주하는 서울의 낡은 아파트에 사는 인공지능 로봇 올리버의 일상은 매일 비슷하다.

존 콜트레인과 듀크 엘링턴의 음반을 듣고, 잡지 '재즈 타임스'를 정독한다.

식물에 물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주인이었던 제임스의 삶을 거의 그대로 모방한 올리버의 일상에서 감정의 불순물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로봇 클레어가 올리버의 현관문을 두드린다.

우편 배달원 외에는 사람과도, 로봇과도 접촉이 없던 올리버는 여자 로봇의 목소리에 당황하기 시작한다.

여러 차례 집안을 돌아다니며 좌불안석하던 그는 마침내 문을 열고 클레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이야기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다.

인간의 감정을 배우고, 그보다 더 복잡한 감정의 세계로 나가는 로봇의 이야기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에이 아이'(2001)까지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에서 다뤄진 내용이다.

캐릭터도 기시감이 든다.

주인공 올리버의 괴상한 행동을 보면 영화 '레인맨'(1988)에 나오는 더스틴 호프만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사랑일까…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하지만 이런 기시감이 그리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건 이야기가 널뛰지 않고, 기승전결에 맞게 짜임새 있게 갖춰진 데다가 '굿 바이 마이 룸'(Goodbye my room)처럼 상황에 걸맞은 아름다운 넘버(노래)가 적재적소에서 터지기 때문이다.

영화로 치면 로드무비, 성장 영화, 로맨스의 골격을 갖춘 이 뮤지컬은 사랑의 순수한 감정을 그린 판타지 동화 같은 작품이다.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과 끝나고 나서의 아련함을 기술적으로 잘 포착해 세련되게 포장했다.

제작진은 관객의 눈물샘을 정확하게 정조준하며 끝을 향해 나아간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 출연한 전미도와 정문성이 클레어와 올리버로 분한다.

지난달 30일 공연에선 강혜인과 전성우가 각각 클레어와 올리버 역을 연기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김동연이 연출을 맡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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