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가려운 부분' 파악…PB 상품 기획자 1순위 자질"
“자체상표(PB) 상품 아이템을 선정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입니다. 소비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물건인데, 없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이랜드 킴스클럽 PB ‘오프라이스(O’price)’의 김종각 PB총괄팀장(사진)은 “PB 상품 기획자는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파악하는 게 기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프라이스는 이랜드리테일의 마트형 할인점 킴스클럽이 선보인 PB 상품이다. 2018년 3월 ‘버터팝콘’을 처음 선보인 이후 매출이 연 200%씩 늘었다. 지금까지 출시된 PB 상품만 1000종에 육박한다.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 파악…PB 상품 기획자 1순위 자질"
‘영화관 팝콘 맛’에 근접했다는 평을 듣는 ‘버터팝콘’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시작은 소비자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기존 팝콘에 대한 고객 불만’ 설문조사였다. 김 팀장은 “소비자들은 극장 팝콘 수준의 양을 원하면서 동시에 버터와 캐러멜의 풍미가 느껴지는 제품을 원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찾기 위해 팀원 3명과 함께 하루 100봉의 팝콘을 먹기도 했다. 몸무게가 20㎏ 정도 늘었다.

양과 맛 그리고 가격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생산공장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한 곳의 생산공장을 찾아냈다. 그렇게 출시된 ‘버터팝콘’은 2년간 100만 봉 이상 팔린 ‘효자상품’이 됐다.

PB 상품을 대폭 늘리면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상표권,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사전 조사부터 포장재나 포장지 색깔 하나하나도 정해진 기준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어떤 PB 상품은 패키징만 10번 넘게 했다”며 “지금까지 출시된 PB는 모두 우여곡절 끝에 시장에 나온 제품”이라며 설명했다.

최근 오프라이스의 PB 상품은 우유, 생수 등 생필품 위주에서 가정간편식(HMR)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있는 간편식’을 만들기 위해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미 죠스떡볶이, 군산오징어, 순희네 빈대떡, 경양식 1920, 북촌손만두 등과 손을 잡았다. ‘겨울왕국 울라프 호빵’이나 ‘유미의 세포들 마카롱’처럼 캐릭터를 활용한 간식도 내놨다.

킴스클럽 PB팀은 10여 명이다.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2030의 입맛에 맞는 상품과 협업을 위해 ‘젊은 감각’을 갖춘 이들로 채웠다. 김 팀장은 “이달 초 필리핀으로 버터팝콘을 처음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며 “올해 PB 상품에서 매출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