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110번 확진자 발열 증세에도 예약검사에 밀려 검사 못 받아
이후 아내·아들·지인 확진…"보여주기 전수 검사에 위급환자 대응 소홀" 지적
선별진료소서 발길 돌린 의심환자, 일상생활하며 3명 감염시켜

대전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확진 나흘 전 의심증세로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검사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지역 내 감염이 확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대전시 등 방역 당국에 따르면 대전 110번 확진자 A(서구 50대 남성)씨는 발열 등 증세를 보인 지난 23일 오후 4시께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검사를 받지 못했다.

당시는 다른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에 들른 시민들에 대해 전수 검사가 진행되던 때였다.

뷔페나 결혼식장 등 방문객 수백명이 예약 검사를 받는 상황이라 예약하지 않은 A씨는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A씨는 이튿날인 24일 오전 동네의원에서 몸살약 처방을 받고 일상생활을 했다.

같은 날 오후 지인과 저녁 식사도 함께했다.

하지만 A씨는 선별진료소 방문 사흘 뒤인 26일 오후 다시 동네의원을 찾았다가 결국 119구급차에 실려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충남대병원 도착 당시 그의 체온은 섭씨 39도였다.

그는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의 아내와 아들(108·109번 확진자)도 전날 확진됐다.

이들의 확진과 동시에 충남대병원 응급실은 폐쇄되기까지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와 지난 24일 저녁 식사를 함께한 50대 여성(117번 확진자)도 30일 코로나19 양성으로 판명됐다.

선별진료소서 발길 돌린 의심환자, 일상생활하며 3명 감염시켜

결과론이지만, A씨가 23일 검사를 받고 격리됐더라면 최소한 117번 확진자 감염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무리한' 전수 검사 때문에 선별진료소에서 '위급한' 의심환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방역 전문가는 "확진자가 들른 장소라고 해서 그곳 방문자를 모두 검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확진자 동선 방문자를 전수 검사하면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대단한 조치를 하는 양 보여줄 수 있지만, 사실은 확진율이 5%도 되지 않는 전수 검사로 방역 인력을 옥죄는 것"이라며 "더욱이 이번 사례처럼 예약 전수 검사 때문에 의심환자를 놓쳐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전수 검사 안내로 워낙 많은 예약 검사자가 몰리다 보니 선별진료소에서 110번 확진자에 대한 검사 시급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정말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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