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엄마에겐 친정엄마보다 더 잘 해주세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맞벌이 직장맘 A씨의 출근길은 가락1동 송파키움센터에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데려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퇴근길은 센터에서 딸을 데리고 집에 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보통은 너무 늦지 않게 데리러 가지만, 퇴근이 늦어져서 오후 7시 반이나 8시가 돼도 괜찮다고 해서 마음이 놓인다.

아직은 그런 적이 없지만, 많이 늦으면 오후 9시까지도 돌봄선생님에게 돌봐 달라고 부탁할 수가 있다고 한다.

[우리동네 키움센터]②맞벌이 직장맘과 아이와 선생님의 하루(끝)
◇ "학원에 계속 보낼 필요가 없어졌다"
A씨의 딸은 올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유치원에 다녔다.

하지만 유치원에만 다닌 것은 아니었다.

영어학원, 태권도학원, 때로는 피아노학원에도 갔다.

A씨는 당시 아이가 학원 여러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도록 한 데 대해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퇴근 전까지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학원에 돌봄을 맡겼던 셈이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키움센터에 다니게 되면서부터는 생활 패턴이 조금 달라졌다.

키움센터에서 돌봄과 놀이가 해결되기 때문에, 특별히 배워야 할 것이 있는 게 아니면 학원에 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는 키움센터에서 돌봄선생님 3명(센터장 포함)과 친구 10여명과 함께 일과 시간 대부분을 보낸다.

초등학교 고학년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1∼2학년 또래들이다.

[우리동네 키움센터]②맞벌이 직장맘과 아이와 선생님의 하루(끝)
◇ 키움센터 아이들의 하루
키움센터 아이들은 대부분 오전에 돌봄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이나 EBS 방송 중심의 원격수업에 참여한다.

오후에는 개인 사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돌봄선생님과 함께 놀이를 하기도 하고, 미술이나 종이접기 등 활동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센터에 있다가 학원에 다녀온 후 부모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대개 센터 근처에 오는 학원 차를 타고 오가게 된다.

가능하면 아이들의 자유와 욕구를 존중하고 수용하려고 한다는 것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주 화요일 '요리교실' 시간엔 과일화채, 미니시카고피자 등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볼 기회도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외부인들의 출입이 금지돼 열리지 않고 있지만, 그전에는 외부 강사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는 게 학부모와 돌봄센터 선생님의 얘기다.

특히 '어린이 난타'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사태 전에 해 봤던 아이들이 북과 스틱 등 악기를 만지작거리면서 "언제 다시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한다.

돌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숙제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저녁 늦게 퇴근하는 부모가 숙제를 도와주기 힘들 경우 큰 도움이 된다.

가락1동 송파키움센터의 경우, 센터가 입주한 주민센터 안에 강당이 있어서 체육활동도 편하게 할 수 있다.

학원 등 사교육을 많이 안 해도, '놀이'라는 부분은 키움센터 안에서 어느 정도 충족이 된다는 게 아이를 보내는 A씨의 설명이다.

이런 활동이 단순히 '놀이'에 그치지 않도록 하고,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배움과 익힘의 계기로 삼도록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기존의 암기식·강의식 수업과 달리 학생이 실제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학생 중심 학습'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닷속 세상을 캔들로 표현해봐요", "현장학습 기자단으로서 곤충박물관의 어떤 내용을 취재해 발표할까요" 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답을 아이들이 찾고 토론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프로젝트 기반 배움'(PBL·Project-Based Learning) 콘텐츠를 키움센터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컴퓨터와 코딩을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을까요", "소리를 듣는 대신 공간에 그린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등 내용도 이에 포함돼 있다.

시는 작년 11월에 PBL 콘텐츠 57종을 개발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이를 돌봄선생님들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매뉴얼을 제작하고 콘텐츠 운용을 위한 컨설팅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