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수도의 유산, 부산 은천교회 철거 위기

부산시가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세계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피란민 역사가 담긴 서구의 한 유서 깊은 교회가 철거 위기에 놓였다.

29일 부산 서구청 등에 따르면 구는 2014년부터 아미4행복주택 건설에 따라 이 일대에 도로 확장공사를 추진하면서 은천교회 철거 계획을 세웠다.

이후 지난 3월 도로 확장공사에 교회가 수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회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에 서구청은 건물을 이전 복원하는 안을 교회 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원형 자체를 보존하는 게 우선이고 이전복원비 마련도 쉽지 않다"며 거절했다.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올해 안에 은천교회는 철거된다.

피란수도의 유산, 부산 은천교회 철거 위기

서구청은 역사적 가치를 지녔더라도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 관리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구청이 나서서 함부로 문화재로 지정하기 어렵고,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지 관련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은천교회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있지만, 서구에서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교회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피란수도의 유산, 부산 은천교회 철거 위기

석조 건축물인 은천교회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 피난민이 모여 만든 천막 교회로 시작해, 현재 피란수도의 유산으로서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벽면에는 오래된 흔적을 간직한 돌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피난민이 기도를 드리던 예배당과 빛바랜 창문도 그대로 남아 있다.

박현규 은천교회 목사는 "한국전쟁 당시 배고픈 피난민이 교회에서 밥을 나눠 먹었고, 어린아이들이 공부하는 터전이었다"며 "피란민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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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피란 시기 부산에 지어진 건축물 중 지금까지 남은 건 소수에 불과하다며 보존을 강조했다.

김한근 부산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아미동 비석마을은 피난 역사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등록됐으나 은천교회는 외면받고 있다"며 "결국 유네스코 등재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근대건조물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수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 역시 "지자체는 '한옥 등 우수 건축물 진흥법'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건축물을 어떻게 보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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