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맞은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양지혜·최유경 전 공동대표
"스쿨미투, 가해자 처벌이 끝 아냐…폭력적 학교문화 바꾸는 것"
"'스쿨미투'가 고발한 문제는 악마 같은 일부 교사들의 범행이 아니라 그간 학교 안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던 폭력적 문화예요.

가해자를 처벌했다고 끝나는 운동이 아닙니다.

"
2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무실에서 만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Wetee)'의 양지혜(23)·최유경(19) 전 공동대표는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로 세상에 드러난 가해 교사를 처벌하는 일은 시작일 뿐 운동의 끝이 아니라고 말했다.

위티는 2018년 3월 서울 용화여고를 시작으로 확산한 학내 성폭력 고발 운동인 스쿨미투를 계기로 청소년 권리에 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며 지난해 6월 출범했다.

이달로 1주년을 맞은 위티는 그간 스쿨미투 관련 운동, 청소년 참정권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해 2월에는 직접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참석해 한국의 스쿨미투 현황을 알리고 오기도 했다.

◇ "처벌받는 가해자 극소수…청소년을 변화의 주체로 여기지 않아"
'스쿨미투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라는 물음에 최 전 대표는 "사람들이 학교가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났다"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서 '그땐 그냥 넘겼던 일들이 사실은 성차별적 경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내 성폭력 문제가 오랜 침묵을 뚫고 폭발하듯 터져 나온 이후로도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등 변하지 않은 부분이 여전하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스쿨미투의 도화선이 된 용화여고에서 성폭력 연루 교사로 지목돼 징계를 받은 사람은 18명이다.

이들 중 15명은 현재 학교로 복귀했고, 1명만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재판은 고소 이후 2년 2개월이 지나서야 시작했고, 법정에서 해당 교사는 혐의를 부인했다.

역시 스쿨미투가 벌어진 송파구 정신여고에 재직했던 가해 교사 3명 중 2명은 지난달 재판에서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1명은 "수업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양 전 대표는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고발해도 처벌받는 가해자는 극소수"라며 "학교가 사건 공론화를 막고 사과 정도로 무마하려는 시도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을 변화의 주체가 아닌 불쌍하고 힘없는 피해자로만 여기고 있다"며 "학내에서 이뤄지는 징계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거나 징계 과정에서도 지위가 낮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결과조차 알려주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고 말했다.

"스쿨미투, 가해자 처벌이 끝 아냐…폭력적 학교문화 바꾸는 것"
◇ "자극적 피해만 문제제기 안돼…스쿨미투 끝은 폭력적 학교 문화의 변화"
이들은 스쿨미투를 통해 알려진 성폭력 사례들의 뒤에는 수십년간 교육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된 폭력적 학교 문화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를 바꾸는 것이 궁극적 목표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전 대표는 "스쿨미투 과정에서 자극적 사례만 부각되다 보니 일부 몰상식한 교사의 일탈로만 치부되고, 그런 행위가 용인될 수 있었던 학교의 폭력적 문화는 주목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 교사 개인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교 전반에 깔린 성차별적 문화를 바꾸고 권력구조를 성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쿨미투 초반 학내 성폭력 문제를 주로 고발하면서 파급력과 주목도가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청소년 인권과 학내 문화 개선으로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 전 대표는 "스쿨미투를 거치면서 피해 사실을 사건화·공론화하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거나 굉장히 자극적인 피해 사실이어야만 문제제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는 것은 한계"라며 "성 관련 문제가 아니더라도 선생과 제자라는 위계 구조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인권침해나 폭력도 자유롭게 문제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는 "스쿨미투는 학내 성폭력 고발 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 교육과 청소년 인권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학내 차별적 문화를 바꾸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