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전문자문단 동시 소집…윤석열 총장 소집 철회 여부 변수

같은 사건을 두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따져보기 위한 두 개의 외부 심의기구가 동시에 소집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까.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수사와 기소 여부 등 의견을 묻기 위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결정된 상황에서 29일 검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까지 확정되면서 이런 예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 사건은 언론 취재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데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의 잦은 의견 대립으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만큼 수사의 공정성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개의 외부 심의기구가 서로 다른 결과를 낸다면 진행 중인 수사에 혼선을 빚고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규정상 수사심의위는 사건관계인의 신청을 일선 검찰청의 시민위원회가 받아들이면 검찰총장이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반면, 전문자문단은 검찰총장이 소집한 것이라서 소집 결정이 철회될 여지가 있다.

◇ 이철 전 대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전문자문단 '맞불'
수사심의위와 전문자문단 소집이 함께 이뤄지는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9일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는데,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도 이날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결정했다.

대검 예규상 검찰총장이나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이 아닌 사건관계인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부의심의위가 받아들이면 검찰총장은 15명 규모의 수사심의위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사심의위는 2~4주 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심의위는 강요미수 피의자인 채널A 이모(35) 기자에게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이 소집을 신청하면서 열리게 됐다.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 전 대표 측은 대검이 사건관계인인 이 기자 측이 낸 진정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며 공정성의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전문자문단은 수사심의위와 달리 사건관계인이 소집을 신청할 권한은 없다.

중요 사건의 수사나 처리와 관련해 대검과 일선 검찰청 사이의 이견이 있는 경우 수사팀과 대검 소관 부서, 인권수사자문관 등이 소집을 건의할 수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전문자문단 소집 철회 가능성 있나
전문자문단은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는 제도다.

피의자의 진정을 받아들이는 이례적 형식으로 소집한 만큼 윤 총장으로서는 결과에 따라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이에 대검은 사건관계인의 진정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대검과 수사팀의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신중한 지휘·감독을 위해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또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깊이 있게 살펴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한다.

전문자문단은 7~13명의 검사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데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수사 방향을 두고 수사팀과 마찰을 빚다가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만큼 쉽게 철회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윤 총장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판단을 무리하게 외부에 넘겼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전문자문단 소집을 철회하고 수사심의위에 판단을 맡기는 게 깔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와 전문자문단은 모두 외부 전문가의 판단이 들어가는 구조인데, 비슷한 성격의 회의인 만큼 앞서 열리는 회의에서의 결론이 이후 열릴 회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 판단…'녹취록' 핵심 쟁점 될듯
수사심의위와 전문자문단은 이 기자와 한 검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기구 모두 권고적 효력만 있다.

다만 양쪽에서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대검과 수사팀 모두 따져야 할 선택지가 늘어난다.

외부 전문가들은 이 기자와 후배 기자 A씨가 지난 2월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을 만났을 때 대화한 녹취록의 성격을 중점적으로 살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은 지난 2∼3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던 이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며 이 전 대표를 협박하는 데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검사장은 자신도 피해자라며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기자가 A씨와 통화한 내용에 검찰 관계자 개입 정황이 있어 강요미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대검은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 등 정치권 인사 의혹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부분을 수사팀이 제외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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