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초입 재개발에 서점 8곳 폐업 내몰려
옛 명성 회복은커녕 다시 위기…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부산 보수동책방골목 입구를 지키던 서점 8곳이 한꺼번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보수동책방골목 입구를 지키던 서점 8곳 업주는 지난 22일 한 건설업체로부터 3개월 내 건물에서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해당 건설업체가 책방이 세든 건물 부지를 매입하면서 이 자리에 근린생활시설을 세울 계획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중구청 등에 따르면 지하 2층, 지상 18층 규모 이 근린생활시설은 4층까지는 목욕탕 등 생활 편의시설이, 5층∼18층에는 56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주거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현재 보수동책방골목에 남아있는 서점은 40여 개인데, 서점 8곳이 한 번에 문을 닫으면 인근 서점의 도미노 폐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건설업체가 사들인 땅은 보수동 책방골목 초입 부지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양군 보수동책방골목번영회 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점주들이 고령이다 보니 폐업 여부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책방골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시와 구가 나서서 책방골목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개인이 매입한 사유재산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번영회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건설업체와 점주 간 관계를 잘 조율할 것"이라며 "책방골목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중구에 있는 보수동책방골목은 한국전쟁 피난민이 생활과 공부를 위해 책을 사고팔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골목으로 피란수도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부침을 겪은 보수동책방골목은 지자체의 여러 지원으로 관광객이 다시 찾는 명소가 됐지만 젠트리피케이션(특정 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리는 현상)의 피해를 겪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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