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꺼기 청소하려고 연통에 구멍 뚫었다가 불티 날려 화재 발생
경찰, 60대 집주인 검찰 송치…화목보일러 관련법 제정도 건의
축구장 172개 잿더미 고성산불 원인 '화목보일러 부실시공'(종합)

지난 5월 축구장 면적(0.714㏊) 172개에 달하는 산림 123㏊(123만㎡)를 태운 강원 고성산불의 원인은 '화목보일러 부실시공'으로 드러났다.

노후를 자연 속에서 보내기 위해 3년 전부터 집에서 화목보일러까지 손수 시공한 60대 집주인은 실화와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가 적지 않음에도 안전관리를 규정하는 법률은 없었다.

이에 경찰은 관계 기관에 관련 법률 제정 등 제도개선 필요성을 통보해 화목보일러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축구장 172개 잿더미 고성산불 원인 '화목보일러 부실시공'(종합)

◇ "연통에 구멍 뚫으면 안 되는데"…직접 시공한 집주인, 산불 실화자 전락
강원지방경찰청은 주택에 화목보일러를 직접 설치하면서 연통을 부실하게 시공해 보일러실에서 난 불이 산불로 번지게 한 혐의로 A(68)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산불 발생 직후 수사본부를 꾸려 원인 규명에 집중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과의 합동 감식과 탐문 수사 결과, 화목보일러 연통 설치·관리 상태가 제품 사용설명서 기준에 맞지 않아 연통 중간 연결 부위에서 불티가 새어 나와 화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보일러 사업을 하는 지인을 도와준 경험이 있어 시공비도 아낄 겸 화목보일러와 연통 등을 직접 구매해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통은 보일러실 천장을 통해 '1자' 형태로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A씨는 보일러실 벽면을 뚫어 연통을 바깥으로 빼낸 뒤 다시 직각으로 연결했다.

바깥으로 빠진 연통에는 찌꺼기(슬러지) 청소를 쉽게 하고자 구멍을 뚫었고, 연통 밑에는 뜨거운 찌꺼기 등을 받을 플라스틱 통을 뒀다.

화목보일러 연통 사용설명서 기준상 연통에는 인위로 구멍을 뚫어서는 안 된다.

경찰은 플라스틱 통에 물이 마르면서 불티가 날려 보일러실에서 불이 나고, 산불로 번졌다고 판단했다.

A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물이 말랐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연통이 샌드위치 패널 벽을 뚫고 바깥으로 빠질 때는 가열로 인한 화재 위험 차단을 위해 샌드위치 패널을 불연성 자재로 채워 넣어야 함에도 미비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밖에 전기시설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살폈으나 단락흔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축구장 172개 잿더미 고성산불 원인 '화목보일러 부실시공'(종합)

◇ "화재 위험성 큰데"…정작 화목보일러 안전관리 법률 없어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화목보일러 안전관리를 규정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화목보일러는 관련 규정상 소형 온수 보일러로 분류되다 보니 가스보일러와 같은 검사 대상 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설치나 검사에 등에 관한 규정도 없어 제조사에는 과실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가스보일러의 경우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액화석유가스법)에 안전관리 규정이 마련돼있다.

이에 경찰은 관계 기관에 화목보일러 관련 법률 제정 등을 건의하기로 했다.

화목보일러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연료를 넣거나 연통 내부에 쌓인 그을음이나 타르 성분 등이 쌓이면 과열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화재 사례처럼 시공비 절감 등을 이유로 직접 공사하는 경우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큰불이 날 위험이 있다.

화재 위험성을 안고 있는 만큼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제2의 고성산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4월 말까지 4년간 도내에서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는 117건이다.

소방당국은 "화목보일러 주변에는 불에 타기 쉬운 종이, 목재, 천 등을 두지 말아야 하며, 불씨가 남은 재는 바람에 의해 산불로 번지기 쉽기 때문에 물로 완전히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산불은 지난달 1일 오후 8시 4분께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어 시작됐다.

이 불로 산림 123㏊와 주택 등 6개 동이 전소됐고, 주민 329명과 장병 1천876명 등 2천2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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