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가 허위 설명→병원은 '지침서'에 넣어 사용…피해 규모 파악 안돼"
사참위 "대학병원서 식기세척제를 가습기살균제로 4년 썼다"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병실 등에서 식기세척제를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사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기세척제 '하이크로정'이 업체의 허위 설명과 병원 측의 부실 관리로 장기간 사용됐다며 정부에 사용처 전수 조사와 피해자 파악, 관련자 사법처리 검토 등을 요구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이번 조사로 확인된 하이크로정의 주성분은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NaDCC)으로, 반복 흡입노출되면 폐에 독성 변화를 일으키는 유독물질이다.

이런 하이크로정은 애초 식품위생법상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활용할 수조차 없는 제품이었다고 사참위는 설명했다.

제조업체는 2003년 이 약품을 '혼합제제식품첨가물'로 출시했고, 식약처가 유해성을 근거로 식품첨가물 지정을 취소한 2009년에는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로 품목을 변경했다.

어느 경우에도 가습기에 써서는 안 된다.

사참위는 "의약품 도매업체가 하이크로정을 '가습기 안의 세균과 실내 공기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허위 문구를 기재한 제품설명서를 작성했다"며 "허위 제품설명서를 전달받은 병원은 하이크로정을 특정해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도매업체 관계자는 "당시에 NaDCC가 가습기살균제로 팔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매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팔았다"고 진술했다고 사참위는 전했다.

400병상 이상의 큰 규모인 이 대학병원은 자체 항생제심의위원회·소독제관리위원회 회의를 거쳐 하이크로정의 사용을 승인했고, 감염관리지침서에까지 명시해 가습기에 이 제품을 넣었다고 사참위는 밝혔다.

2007년 2월부터 4년 4개월에 걸쳐 해당 병원이 도매업체로부터 사들인 하이크로정은 모두 3만7천400정이다.

병원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정부의 역학조사가 진행되자 이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

사참위는 가습기사용제 사용이 병원 자체 지침으로 확인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도매업체가 하이크로정을 유치원, 요양병원, 산후조리원에도 납품했다고 진술했다"며 "가습기살균제 용도는 아니었다고 했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NaDCC 제품 사용 사실만 드러났고 피해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피해·사망 사례가 확인해 업체 등에 사법적 책임도 물을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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