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은닉 PC 등 핵심 증거 확보해 분석중…이번주 관련자 소환할 듯
'환매중단' 옵티머스, 다수 하드디스크 빼내 투자 업체에 숨겨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옵티머스 측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측이 숨겨놓은 PC 하드디스크도 찾아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오현철 부장검사)는 지난 24~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옵티머스 등 18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옵티머스 측이 미리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사실을 파악했다.

'환매중단' 옵티머스, 다수 하드디스크 빼내 투자 업체에 숨겨
◇ 압수수색 대비해 하드 교체…'증거인멸' 구속영장 불가피
옵티머스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 등을 대비해 펀드 자금이 들어간 근처의 한 업체에 다수의 하드디스크를 숨겨 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한 하드디스크를 핵심 증거물로 보고 포렌식 등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 하드디스크가 옵티머스 펀드 자금이 사용된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할 방침이다.

실제로 펀드 자금 대부분은 투자 설명과 무관한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에 흘러 들어갔다.

주말 내내 압수물 분석에 집중한 검찰은 구체적인 자금 흐름 내역 등이 정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부터 관련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옵티머스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나타난 만큼 조만간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수사를 총괄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수사로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환매중단' 옵티머스, 다수 하드디스크 빼내 투자 업체에 숨겨
◇ 대부업체·부실기업 등 투자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등 검토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 원을 끌어모은 뒤 서류를 위조해 실제로는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에 투자한 의혹을 받는다.

최근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예탁결제원도 펀드자산명세서를 작성하면서 펀드 자산에 편입돼있는 대부업체 등의 채권을 공기업 채권인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지난 22일 옵티머스 임직원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감독원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펀드에 투자한 피해자들도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등 관련자들에게 ▲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 사문서위조 및 행사 등 혐의를 두고 있다.

펀드 자금이 기업 인수 등에 불법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환매중단' 옵티머스, 다수 하드디스크 빼내 투자 업체에 숨겨
◇ 정·관계 유착 의혹 확대 가능성…자문단·이혁진 전 대표 주목
검찰은 현재 옵티머스 펀드의 불법 운용에 국한에 수사하고 있지만, 수사 내용에 따라 정·관계 유착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제2의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부르기도 한다.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고위 정·관계 인사들은 옵티머스 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여시재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선 전까지 원장으로 일한 민간 싱크탱크다.

특히 옵티머스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세운 이혁진 전 대표도 다시 주목을 받는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4월 18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다.

이 전 대표는 같은 해 12월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금융정책특보를 지내는 등 정계 인맥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후 20억원 상당의 회삿돈 '횡령·배임' 의혹에 연루되면서 2018년에 옵티머스 이사회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