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소모임 재개 분위기…"스스로 조심해야 할 때"
"시험은 비대면 하자더니 종강파티는 왜?" 갑론을박 대학가
"얘들아, 너무 속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위험하니까 기말고사는 비대면으로 하자면서 왜 종강파티랑 MT는 투표까지 만들어서 가자고 하는 거야?"
지난 4일 숭실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한 학생이 대학 단체행사를 기획하는 이들을 비판하며 올린 글이다.

이 게시물에는 100여개의 '공감' 표시와 함께 여러 의견을 담은 댓글이 달렸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1학기 종강을 앞둔 각 대학에서 각종 단체행사 재개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이런 행사의 적절성을 놓고 학생들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축제, 농촌봉사활동 등 공식 행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후 비공식 소모임 등이 암암리에 재개되는 분위기다.

특히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단체 규모로 열리는 술자리인 '종강파티' 개최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서울의 한 대학교 재학생 A씨는 "과에서 종강파티를 한다며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참석 여부를 투표했는데 40명 가까이 참석한다고 해 이 시국에 이래도 되는지 혼란스러웠다"며 "비대면 시험을 주장했으면 종강파티 같은 행사도 일절 안 해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1일 서울대 '에브리타임'에도 "(일부에서 대면 시험이 실시됐던 만큼) 종강파티와 대면 시험이 뭐가 다르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마스크 쓰고 서로 경계하면서 모이는 것과 마스크를 벗고 여러 사람이 모여 같이 안주 먹는 게 어떻게 같냐"며 종강파티 개최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시험은 비대면 하자더니 종강파티는 왜?" 갑론을박 대학가
반면 장기화한 '비대면 일상'에 지친 학생들은 종강파티 개최를 옹호하기도 했다.

연세대생 이모(20)씨는 "어차피 종강파티가 강제 참석은 아닌 만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주는 차원에서 개최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그런 자리가 아예 없었던 20학번 새내기들 입장에서는 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입학 후 첫 학기 캠퍼스 생활을 즐기지 못한 신입생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그간 만나지 못한 동기·선배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싶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등 떠밀리듯'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려대 20학번 김모(19)씨는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어 모임을 자제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종강파티에 나만 안 가면 '아싸'(outsider: 비주류)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20학번 박모(19)씨도 "최근 교내에서 확진자가 나와 학교 근처에서 열리는 종강파티 참석이 더 조심스러워졌는데 동기들이 대부분 참석한다고 하니 나도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학 당국은 이런 비공식 모임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 간 단체 모임, 동아리 활동 등이 일부에서 재개되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학 차원에서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자동차 동호회 집단감염 사태에서 보았듯 실내든 실외든 마스크 없이 밀접 접촉을 하게 되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 정부가 일상생활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개인 스스로가 조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