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다른 문제 내는 게 불공정…답변 내용보다 발음이 중요"
오전 문제가 오후에 그대로…경찰 외국어요원 채용시험 뒷말

경찰청 채용시험에서 일부 문제가 시차를 두고 똑같이 출제돼 수험생 사이에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외사(外事) 업무에 종사할 외국어 전문 요원을 선발하고자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우즈베키스탄어, 캄보디아어 등 8개 언어 능통자를 뽑는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1차 번역시험을 치른 뒤 합격자를 추려 25일 2차 회화시험을 봤다.

회화시험은 교수로 이뤄진 면접관들이 수험생에게 해당 언어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부 언어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회화시험을 봤다.

문제는 오전과 오후 질문이 거의 똑같았다는 점이다.

면접관들은 수험생에게 5∼10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인가", "외사 경찰 준비에 대한 주변인 반응은 어떤가", "코로나19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문화 가정 폭력 해결 방안" 등이 중복됐다.

경찰 외국어 전문 요원 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같은 학원에서 공부하며 서로 친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전에 시험을 보고 나온 수험생들은 같은 질문을 하리라고 상상하지 못한 채 오후 시험을 앞둔 친구들에게 문제를 알려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응시자는 "결국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들어간 오후 수험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며 억울해했다.

시험이 끝난 뒤 경찰청에는 탈락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회화시험은 해당 언어 원어민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답변 내용보다는 발음이 더 중요하다"며 "수험생한테 각각 다른 질문을 하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반박했다.

회화시험 합격자들은 적성검사, 체력시험,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하면 순경으로 채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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