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감독관의 인적사항 기재 안내를 받지 못해 시험을 망쳤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공무원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감독관의 인적사항 기재 안내를 받지 못해 시험을 망쳤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공무원시험 '인적사항' 기재 관련, 감독관의 안내를 기다리다 작성 시간을 놓쳐 시험을 망친 수험생이 불만을 토로했다.

27일 연합뉴스에 보도에 따르면 조리장을 준비 중인 A 씨(45)는 지난 13일 경남 창원의 한 학교에서 조리직 공무원시험에 응시했다. 이날 시험에는 창원 11개 학교에서 총 4500여명이 지원했다.

오전 10시 시험을 앞두고 9시20분께 시험장에 착석한 A 씨는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시험 준비를 했다.

이후 감독관이 답안지와 문제지를 나눠줬고, 곧이어 책형을 기재하고 답안지 작성 요령을 참고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감독관은 방송에 따라 책형을 기재하라고 안내했지만, 인적사항 기재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A 씨는 답안지 뒤쪽을 살펴봤고, '시험지를 받으면 이름, 응시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하시기 바란다'는 문구가 있어 감독관에게 인적사항 기재 여부를 확인했다.

감독관은 '방송이 나올 거다. 요령에 따르면 된다'고 답했고, 방송을 기다렸지만 시험시간인 10시가 다 되도록 추가 방송은 없었다.

참다못한 A 씨가 재차 질문하자 감독관은 인적사항 기재 안내를 따로 하는지 본부에 문의했고, 그 사이 종이 울리며 시험이 시작됐다.

결국 A 씨는 시험이 시작되고 난 뒤 인적사항을 기재하느라 세 번째 과목 20문제 중 15문제를 답안지에 옮기지 못했다.

그는 "감독관 지시 없이 인적사항을 기재하면 혹여나 부정행위로 오인할까봐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열심히 준비한 시험이 수포로 돌아가자 A 씨는 주변 응시생과 공무원 커뮤니티 등에 다른 고시장의 인적사항 기재 안내 여부에 대해 물어봤고, '감독관이 시험 시작 전 인적사항을 기재하라고 안내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국가고시 주무처인 인사혁신처에도 관련 문의를 하자 '이와 같은 논란을 피하고자 국가고시에서는 인적사항이 미리 기재된 답안지를 배부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A 씨는 '감독관의 부실한 대응으로 시험을 망쳤으니 재시험을 해달라'고 경남도교육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험 공고문과 답안지는 물론 방송 멘트로도 응시자 유의사항을 설명했으며 감독관이 따로 인적사항 기재에 대해 안내하는 것은 규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인적사항을 미리 기재하지 못해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부분은 안타깝지만 한 명을 위해 재시험을 칠 수도 없다"면서 "감독관이 인적사항 기재를 막은 것도 아니고 방송 등을 통해 안내된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귀책 사유가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준비가 부실해 시험을 망쳤다면 이렇게 항의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고 나름 자신도 있었는데 감독관의 부실한 대응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