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단된 맨발 캄보디아 아동 보고 봉사 활동 결심
매년 가족·직원과 800㎏ 넘는 재료 현지 가져가 제작
해외 봉사 17년째·신발 제작 기부는 13년째 이어가
[#나눔동행] '다리 잃은 아이들을 보고는…' 캄보디아 신발천사 한택주
"캄보디아에 놀러 갔다가 다리 없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됐습니다.

신발이 없어서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다가 상처가 났는데 치료를 제대로 못 해 저렇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구두·가방 수선집 '천사의 손'을 운영하는 한택주(55)씨.
그는 2002년 캄보디아에 갔다가 자신이 평생 봉사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됐다.

"가게가 커지면 반드시 도와야지…"했던 당시 한씨의 결심은 생각보다 빨리 실천할 계기를 맞게 됐다.

[#나눔동행] '다리 잃은 아이들을 보고는…' 캄보디아 신발천사 한택주
한씨는 "그 이후로 장사가 갑자기 잘됐어요.

가건물에서 시작한 구두 수선집이 입소문을 타더니 2007년에는 60평짜리 구두 수선집을 할 만큼 확장을 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신발을 만들어 주려고 매년 800㎏이 넘는 재료를 싸 들고 가족·직원들과 함께 현지를 찾는다.

매년 1월 캄보디아 아이들의 방학에 맞춰 1주일 동안 마을 3∼4곳을 돌며 아이들의 발 치수를 재고 그에 맞는 슬리퍼 1천 켤레를 만드는 강행군을 한다.

한씨는 "가족들과 자비를 부담하는 지인들로 구성된 봉사단 20여명이 가서 일하면 하루에 300켤레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다리 잃은 아이들을 보고는…' 캄보디아 신발천사 한택주
신발이 만들어지는 동안 한씨 가족들은 아이들을 위해 팝콘을 만들어 나눠주고 K팝 노래에 맞춰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한씨는 "처음에 신발 치수를 재려고 아이들 발을 만져주면 매우 부끄러워한다"면서 "하지만 더러운 발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성스레 만지고 치수를 재다 보면 아이들과 마음의 거리가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씨는 내년에 봉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평년 같으면 지금쯤 내년 1월 항공기 예매를 마치고 현지에서 쓸 재료를 준비하는 시기인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권 예매조차 되지 않고 있다.

봉사에 대한 열정과 그의 너그러운 품성을 보면 유년 시절을 유복한 가정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을 것 같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나눔동행] '다리 잃은 아이들을 보고는…' 캄보디아 신발천사 한택주
지체 장애를 안고 태어나 지금도 양쪽에 목발을 짚지 않고는 제대로 다니기 어렵다.

할머니 슬하에 자라며 가난을 벗어나고자 중학교를 졸업하던 16살 때부터 구두 닦기에서 시작해 양화점 공장 수습생으로 들어가 기술을 배웠다.

한씨는 "제가 다리가 아팠기에 다리 없는 캄보디아 아이들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신발을 선물 받은 아이 중 누군가가 봉사하는 아이로 자라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하면서 느낀 마음속 충만함과 보람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특히 2012년에 들른 캄보디아 한 마을에서는 다리 절단을 앞두고 있던 소녀가 목발을 짚고도 봉사활동을 다니는 한씨 모습을 보고 감동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씨는 전했다.

[#나눔동행] '다리 잃은 아이들을 보고는…' 캄보디아 신발천사 한택주
한씨는 "골육종이라는 질병 때문에 소녀가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데 여성으로서 삶이 끝난다는 것 때문에 수술을 못 하고 망설이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소녀가 제 모습을 보고 수술을 받은 뒤 침놓는 기술을 배워 이웃에게 봉사하며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스럽고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